APEC을 통해 한반도 경제 지형 변했다

입력 2014-11-12 15:50
AFPBBNews=News1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중·일의 역학관계 변화가 두드러지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세계 2강(G2)의 외교·군사적 패권경쟁이 경제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한국의 외교통상 정책 전반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G2의 패권경쟁 틈 속에서 두 국가와의 관계를 ‘적절한 균형’ 상태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주변을 포위하려는 미국과 아·태지역 경제 주도권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특히 중간지대에 놓인 우리나라와의 ‘밀월 관계’를 강화하면서 자신들이 주도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가입을 적극 압박해왔다.

우리나라는 “FTAAP 로드맵을 적극 지지한다”는 박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발언을 통해 중국의 ‘환심’을 샀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으로부터 한층 더 한·중 밀착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FTAAP는 국제사회에서 “태생 자체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항마 성격이 짙다”는 평이 많았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적극 지지 입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게는 결코 ‘좋은 사인(sign)’으로 비춰지지 않는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TPP 참여 의사를 원칙적으로 표명해왔지만, 가입 여부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결국 한국의 경제적 대중(對中) 편중화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엄밀하게 FTAAP와 TPP가 갖는 경제적 이득을 따져보고, G2 모두가 만족할 만한 논리를 개발해야만 무리 없이 우리 외교통상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박 대통령이 지지한 FTAAP 로드맵에는 TPP 체결 노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며 “FTAAP가 TPP를 포함한 큰 틀의 자유무역협정(FTA)이기 때문에 중국 편을 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일의 관계 진전과 미·일 사이의 밀착현상도 우리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할 분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은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우리보다도 더 심하게 일본과 갈등해왔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대일(對日) 관계개선의 포석을 놨다. 일본은 우리가 ‘중국과의 밀월’을 추구하는 사이 미·일 동맹을 한·미 동맹 이상으로 강화하면서 대북·대중 활로를 적극 모색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주요국들이 자국이익 중심의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에 나서는 반면, 우리 정부는 여전히 ‘원칙 외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 외교전문가는 “미·중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대외관계 형태든 손을 뻗고 있다”며 “그런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박근혜 독트린’으로 불리는 신뢰와 원칙 외교에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