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양포교회 김진동 목사 "역지사지"

입력 2014-11-12 10:34

‘역지사지’(易地思之)



맹자(孟子)의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무슨 일이든 자기에게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와는 대립된 의미로 쓰이는 이 사자성어는 자신을 몰라주고 상대를 몰라 줄때 갈등과 분열과 대립과 미움이 생겨나고 오해가 생겨날 때, 서로들 입장 한번 바꿔놓고 생각해보라는 소통의 바로 앞 단계에서 자주 드러나는 단어가 아닌가 합니다.

남을 예우해도 답례가 없다면 자기 자신의 공경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남을 사랑해도 그 상대와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인자함을 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 맹자는 말했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시각에서 헤아려 보고 생각하라는 삶의 지혜를 설파한 것이지요.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많은 갈등을 일으키는 여러 입장들이 자기 절제의, 그리고 나 아닌 남을 먼저 배려하고자하는 성숙하고도 절묘한 기술들로 서로 잘 소통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한번 헤아려본다면, 먼저 살펴본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발전해나가면서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반할까, 혹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에 대해 점점 자기중심적 사고와 판단으로 변해가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수많은 갈등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이기를 위해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고 서로의 관계를 단절하고 여지없이 자신들의 옆에 있던 이들을 떼어내고들 살아가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의 모습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은 스스로 지혜롭다 여기지만 어리석어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물은 흐르기 싫어도 흘러야 하고, 흐르는 물은 더 큰물들을 만나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어가듯, 우리의 삶의 자세 또한 흐르기 싫어도 흘러야 물이 되는 진리를 깨닫고, 그 흐름의 유연한 자세를 배워 성숙한 태도로 상대를 생각해보고 배려해보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키워나갔으면 합니다.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라고들 해서인지 요즘 부쩍 이웃들의 아픔과 슬픈 이야기들이 자주 자주 들려옵니다. 서늘한 가을바람 마냥, 마음 한구석으로 찬바람이 휑하니 지나가곤 합니다.

모두들 평안들 하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한 늦가을을 누리셨으면 합니다.

무엇이 그리 바빴던지 아름답게 진 단풍이 오늘 아침 갑자기 생겨난 줄 알고 “어느새?” 하고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여유롭게 누리지 못하고 앞만 보고 지나쳤던, 나를 스치고 간 내 옆의 지나가는 풍경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아름다운 이 가을 눈부신 햇빛과 시리듯 푸른 저 높은 하늘빛, 그래서 더 힘차 보이는 가을 바다를 놓치고 갈 뻔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아름답다 그저 생각만 해도 행복한 시간들이 소박하지만 진정 아름다운 삶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남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어여쁜 마음과 나아가 긍휼히 여기는 넓은 마음을 갖고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적어도 나를 잠시 내려놓고 상대를 잠시 배려하는 그 마음에서 출발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 성숙한 마음만 있다면, 하나님이 바라시는 하나님이 꿈꾸시는 이 땅의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절기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