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인 중국 입장을 고려한 원칙적 수준의 입장 표명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날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박 대통령의 FTAAP 동참 시사 언급으로 우리 정부의 중국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 인근 휴양지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1세션 선도발언을 통해 FTAAP를 ‘큰 강’에 비유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FTAAP 실현을 위한 ‘지역경제 통합 역량 강화 2단계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할 것도 제안했다.
FTAAP는 2006년 APEC 정상회의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아·태 역내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이다. 21개 APEC 회원국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상호 대응하는 성격을 갖는 만큼 APEC 회원국들의 참여 여부가 수년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FTAAP 지지 발언은 우리 정부의 ‘중국 편중’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타결에 이어 미묘한 기류 변화라는 분석이다.
물론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FTAAP의 기본 구상에 큰 틀 차원에서 공감을 표시한 수준이라는 견해 역시 존재한다. 이미 이명박정부에서도 FTAAP에 대한 기대를 수차례 밝혀온 만큼 이에 대한 연장선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TPP에 대해서도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TPP 참여국들과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져 (한국이) TPP에 공식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선 FTAAP 논의가 조금 앞서간 상황이다. APEC 정상선언문에 FTAAP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이 정식 채택된 반면 TPP는 커다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선도발언은 APEC 의장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또 업무오찬에서 APEC 회원국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APEC 교통카드’ 도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제안은 APEC 정상선언문 부속서에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2세션에서 한국의 경제혁신 3개년계획도 소개했다. APEC 참가 정상들은 옌치후 국제회의센터 정원에서 소나무과 나무인 백피송(白皮松)을 한그루씩 심었다.
베이징=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근혜 대통령의 FTAAP지지는 원칙론(?)
입력 2014-11-11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