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혁신안 의원 뭇매 맞다

입력 2014-11-11 17:07

“액세서리 바꾸고 화장발을 바꾸는 정도에 불과하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혁신 의원총회’에서는 당 보수혁신위원회가 내놓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안(案)에 대한 거센 반발이 가득했다. 특권내려놓기 안은 의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추인이 유보됐다.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거나 “백화점식의 인기영합형”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백화점식 인기영합형 위원회…포퓰리즘 성과물”=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보고한 혁신안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세비 동결 및 무회의·불출석 시 무세비 적용 등으로 요약된다.

의견 수렴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선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김성태 의원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권력 구조와 수평적인 당청 관계 등에 대한 해답을 전혀 찾을 수 없다”면서 “혁신위 안을 재고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이어 “보수 혁신의 진정한 가치는 하나도 담지 못한, 백화점식의 인기영합형 위원회”라며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민식 의원도 “금지, 박탈, 축소에 초점을 맞춘 포퓰리즘적이고 현안에 급급한 성과물”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결과물만 놓고 보면 액세서리 바꾸고 화장발 바꾸는 정도”라면서 “좀 더 당의 근간을 고민하는 담론이 치열하게 전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출판기념회를 일절 금지하는 건 위헌이고 과잉입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파행·공전 시 세비 지급을 금지하는 내용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 국회가 자동으로 열리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게 중요하지 세비 지급 금지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진태 의원은 “보수가 나아갈 좌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지 가지고 있는 손발을 자르는 게 혁신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당, 정치제도 개혁 등 보다 근본적인 의제를 다루기 위한 ‘몸 풀기’용 혁신과제조차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혁신위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득권을 사수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재중, 김세연, 신성범, 박명재 의원 등은 혁신안에 지지를 보냈지만 상대적으로 묻히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은 원래 아픈 것이다, 힘든 것이다 하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혁신은 의원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아니라 의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라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 외부 정책세미나에서 “(당 대표) 1인에게 집중돼 있는 당의 구조, 1인의 사조직화돼 있는 당 구조를 많은 국민이 동참하는 당 조직으로 바꾸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동력 떨어진 혁신위, 김무성 ‘보수혁신’ 구상도 흔들=두 시간 남짓 이어진 의총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10명이 채 안됐다. 한 혁신위원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의총이었다”고 허탈해했다. 전날 혁신위원들을 만나 “토론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겠다”고 한 김무성 대표의 약속도 무색해졌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는 계속해서 의견을 수렴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혁신안 원안이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논의할 의제들이 정당, 선거, 공천 제도 개혁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훨씬 민감한 문제여서 논의 자체가 공전할 것이라는 부담도 크다.

이에 따라 혁신위를 이끌고 있는 김 위원장은 물론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보수 혁신을 전면에 내걸었던 김 대표의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혁신위 활동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문무합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경우 두 사람 모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