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인 중국 입장을 고려한 원칙적 수준의 지지 표명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날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박 대통령의 FTAAP 지지 언급으로 중국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주도 FTAAP 지지는 원칙론 수준?=박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 인근 휴양지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세션1 선도발언을 통해 FTAAP를 ‘큰 강’에 비유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어 FTAAP 실현을 위한 ‘지역경제통합 역량 강화 2단계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할 것도 제안했다.
FTAAP는 2005년 APEC 정상회의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아·태 역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21개 APEC 회원국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상호 대응하는 성격을 갖는 만큼 APEC 회원국들의 참여 여부가 수년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FTAAP 지지 발언은 우리 정부의 ‘중국 편중’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전날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타결에 이어진 만큼 시기적으로도 미묘한 기류 변화라는 분석이다.
물론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FTAAP의 기본 구상에 큰 틀 차원에서 공감을 표시한 수준이라는 견해 역시 존재한다. 이미 전임 이명박정부에서도 FTAAP에 대한 기대를 수차례 밝혀왔던 연장선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TPP에 대해서도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TPP 참여국들과 원만하 협의가 이뤄져 (한국이) TPP에 공식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선 FTAAP 논의가 조금 앞서간 상황이다. APEC 정상선언문에 FTAAP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이 정식 채택된 반면 TPP는 커다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선도발언은 APEC 의장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로 이뤄졌다.
◇한·미 정상회담 막바지 조율 끝에 성사=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업무오찬이 끝난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오후2시쯤(현지시간) 시작된 회담은 20여분 간 진행됐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두 정상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회담 배석자가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시작 직전까지 시간이 확정되지 않아 한·미 외교당국 간 조율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개최 시간을 APEC 회의 업무오찬 직후 또는 정상회의 세션2 종료 직후로 할지를 놓고 마지막 협의를 벌였다. 한때 약식으로 소파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소파 회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것은 네 번째지만,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제외한 양자회담은 세 번째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남북 및 북·미관계는 물론 북핵 등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를 전반적으로 논의했다. 또 최근에 이뤄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이후 한·미 연합방위력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북한의 도발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철저한 대북 안보공조를 유지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업무 오찬에서 역내 연계성 증진을 위해 ‘APEC 교통카드’ 도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근혜 대통령, FTAAP 지지는 원칙론(?)
입력 2014-11-11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