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선장 징역형 선고는 유족 두번 울린 것” 1심 결과에 울분

입력 2014-11-11 16:58
세월호 유가족들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선고재판이 진행된 11일 광주지법 201호 법정 안팎에서는 이준석 선장에게 살인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데 대한 유족들의 불만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

재판부가 이 선장의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하던 유족들은 “대한민국이 법치주의를 저버렸다”며 고함을 질렀다. 유족들은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에서도 “어린 학생들을 내팽개치고 도망친 이 선장에게 유기치사죄 등의 혐의로 징역형만 선고한 것은 유족들을 두 번 울린 것”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한 유족은 “검찰이 주요 승무원 4명 중 이 선장 1명에게만 사형을 구형한 것도 못마땅한데 법원은 그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304명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재판부가 눈을 감은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다른 유족은 선고 직후 법정에서 “죽은 애들만 불쌍하다. 이게 국가가 할 일이냐”고 울부짖었다.

유족들을 대변했던 대한변협 이명숙 부회장은 “재판부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죄를 좁게 해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쉬워했다.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선고 공판이 실시간 중계된 경기 수원지법 안산지원 409호 법정에서도 아쉬움과 흐느낌이 교차했다. 방청석에 자리 잡은 유족 11명은 숨죽인 채 중계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다가 화면에 세월호 이 선장 등 피고인들이 법정에 들어서는 장면이 나오자 눈물을 훔쳤다.

한 여성은 “내 새끼들 어떡해”라며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유족들은 판사가 “승객들이 바다에 떨어지더라도 조류에 떠밀리지 않고 주변 어선들에 의해 충분히 구조될 수 있었다”고 피고인들을 추궁하자 한 40대 여성은 발로 땅바닥을 치기도 했다.

이어 오후 2시10분 이 선장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유족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미친놈, 사람을 죽여도 무죄냐” “미치겠다” “아이고” 등의 격한 말들이 터져 나왔다.

화상중계가 이뤄진 안산지원 법정에는 이날 판사 등 재판부가 현장에 없는 탓인지 더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다. 오후 2시30분 이 선장에게 징역 36년이 선고되자 고함소리는 재판정을 가득 채웠다. 한 40대 여성은 “아이고, 왜 살인죄가 아니냐고!”라며 흐느꼈다.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이 달랬지만 이 여성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에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되자 한 여성은 “많이도 때렸네, 정말 많이도 벌금 내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세월호 유가족 이성종(50)씨는 “실망스러울 정도가 아니라 기가 막히다. 기관장은 도망가는 도중 식당 아줌마 2명 놓고 왔다고 살인죄가 적용됐다”며 “쓰러진 사람을 봤으면 살인죄고, 안에 있는 애들을 못 보면 살인죄가 아니라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수색 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실종자들의 의견이 우선”이라며 구체적 의견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 지상준 아버지 지용준(47)씨는 법정을 나서면서 “판사가 변호인 같았다.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나라에 신뢰가, 정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전 세월호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도 “저거 몇 년 살다 다 나오는 거여”라며 “죽은 놈은 말이 없다. 죽은 놈만 불쌍해”라며 울분을 삭였다.

광주·안산=장선욱 임지훈 강희청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