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면접관들 “요즘 응시생들 톡톡 튀는 매력 없어 아쉬워”

입력 2014-11-11 16:14

올해 대기업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 면접관들은 “면접 지원자들의 외모나 답변태도 등에서 창의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또 올해 면접에서는 각 기업이 지원자가 업무와 직접 관련된 경험과 역량 갖췄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국민일보는 11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효성 등 주요 8개 기업의 면접관에게 최근 면접을 실시한 신입사원 지원자들의 특징과 경향 등을 물었다.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의 기업이 신입사원 면접이 진행중이다.

그 결과 면접관들은 “응시자들의 의상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부터 대기실에서의 행동, 표정, 말투도 어디에선가 배워온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밝혔다. A기업 면접관은 “요즘 취업 카페나 스터디 때문인지 지원자들의 자기소개나 답변 방식, 자기소개서 등은 내용이 비슷비슷해 차별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답변 방식도 붕어빵으로 찍어낸 듯 비슷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이익을 위해 부당한 일을 지시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 “법을 최대한 존중하겠지만 주변 상황을 잘 살펴서 결정하겠다”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면접 보러 오는 학생들의 복장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대표적인 면접 복장은 남자의 경우 검정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여자들은 흰색 블라우스에 투피스였다. B기업 면접관은 “개인의 성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가 너무 특징 없이 입고 와 다소 실망했고, 지원자들의 인상도 거의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튀는 복장도 금물이다. C기업 면접관은 “원색이 들어간 양말이나 콤비스타일 양복, 와이셔츠가 아닌 남방 등은 면접에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자 중 자격증, 공모전 수상, 해외경험 등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는 사람은 늘어 가는데 막상 인터뷰를 해보면 지원한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입사 이후 꿈에 대한 고민도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D기업 면접관은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깊은 고민 없이 갈만한 회사에 모두 지원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며 “이런 자세로 면접에 임하면 취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기업 면접관은“ ‘경영학 전공을 살려 제품 마케팅 업무를 하고 싶다’와 같은 추상적인 표현보다 ‘전공분야 중 특히 유통관리에 관심이 높았는데, 이 회사 제품의 글로벌 유통 전략 수립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싶다’와 같이 현업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사용해 구체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취업시장의 최근 특색에 대해 해외 유학파와 외고생의 강세를 꼽은 기업도 있었다. F기업 면접관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면접에 외고-강남 출신 비율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면서 “외고-강남 출신들이 이제는 대기업 입사마저 다 휩쓰는구나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최신 면접 트렌드는 각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응시자의 경험과 스토리를 묻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실무형 인재’가 대세인 셈이다. 이 때문에 “뭐든지 잘합니다 시켜만 주십시오”라는 말은 면접시 피해야 할 1순위 대답이라고 한다. G기업 면접관은 “본인의 경력 또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있는 모습, 그리고 겉포장 보다는 깊이 있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등이 면접관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