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으로 병원 간 우리 아기가 죽었어요” 고발글에 인터넷 들썩…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4-11-11 15:33

우리시대 ‘마왕’ 신해철의 사망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인터넷에서 또다시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글이 떠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5개월 된 갓난아기가 장염 증상으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숨졌다는 황당한 고발글입니다. 인터넷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11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고발글은 인터넷 유명 육아카페에 올랐다가 네티즌들의 분노를 타고 각종 커뮤니티로 급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글 내용부터 보시죠. ‘A아빠’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매일 눈팅(눈으로만 글을 보던) A아빠입니다”라며 “어제 아침에 우리 A가 죽었다”고 글을 시작했습니다. 많이 힘들테지만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A아빠의 글을 간추려보겠습니다.

아기는 병을 앓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평소에 건강했다는 소리겠죠. 이제 162일차 됐고 7.5㎏에 68㎝인 평범한 아기였습니다.

A아빠는 “엊그제 낮부터 설사와 구토를 해서 동네 소아과에서 장염초기 진단을 받고 약 처방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차도가 없고 열이 38도 정도를 오르내려 아기가 태어난 B대학병원 응급실으로 어제 새벽 두시 좀 못돼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 없어 보입니다. 상황은 응급실에서 발생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본 뒤 소아과 전공의는 입원을 권유했고 아기는 소아과 병동으로 옮겨졌습니다. 그게 새벽 두시를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열이 있고 탈수 때문인지 수액을 맞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A아빠는 입원실에서 수액 좀 맞게 하고 아침에 데리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가 아기의 혈관을 찾지 못했다고 하네요.

A아빠는 “간호사는 뭔가 후배 앞에서 혈관을 못 찾는 것에 대해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는지 집요하게 굴더라고요”라면서 “30분이 지나도 카데터인가, 그걸로 몇 차례 찔러도 혈관을 못 찾았고 제가 차선책을 찾도록 의사를 불러달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는 현장으로 오지 않았답니다. “전공의는 뭐가 그리 바쁜지 전화상으로 계속 시도하라고 했고, 또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고 말입니다.

이 때 아기의 상태가 심각해졌다고 합니다.

A아빠는 “그 흔한 응급장치도 없이. 아이는 점점 숨소리와 표정이 고요해지더군요”라면서 “여기서라도 (병원에서) 빼왔으면..”라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아기는 이미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가는 숨을 쉬었고 급박해진 A아빠는 간호사에게 그만하자고 한 뒤 의사를 불러서 다른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래도 간호사는 한 번 더 혈관을 찾는 시도를 했고 역시 실패했습니다. 아이의 발은 간호사들이 하도 비비고 두드려서 퍼렇게 질려 있었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간호사는 차선책을 찾겠다면서 의사에게 전화를 걸려고 나갔고 처치실에 있던 다른 간호사는 A아빠에게 아기를 안아주라고 했습니다. A아빠는 아이를 안아주려고 다가간 순간 아이의 눈이 풀여 반쯤만 열린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볼을 흔들었지만 아이의 반응은 없었고 가슴에 아기를 안아 올리자 고개가 툭 떨어졌다고 합니다.

소리를 지르자 의사와 통화 중인 간호사가 이 사실을 알렸고 그제서야 당직 소아과 전공의는 처음으로 아이를 대면했습니다. 그렇게 아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A아빠는 의료사고라고 확신하고 B병원장과 대화를 시도했습니다만 병원장은 “법대로 하든 뭘 하든 잘 하시라”고 했다고 하네요.

A아빠는 “내내 건강하던 아이인데 너무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간 것도 모자라 병원측의 무성의한 태도는 정말 치를 떨게 한다”면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A아빠는 “병원 이름도 밝혀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만 명예훼손이니 허위사실 유포니 하는 소리가 무서워 여기(육아카페)하소연해본다”면서 “아이 부검해야할지도 모른다는데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습니다.



A아빠는 아울러 아기의 건강했던 사진도 올렸습니다.

글과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물론 한쪽의 말만 듣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멀쩡하던 아기가 장염 증세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다가 숨졌다는 주장을 듣는 것만으로도 걱정이 되는 거죠. 또 간호사가 오랫동안 혈관을 못 찾아 허둥대는데도 전공의가 와보지도 않았다는 점 등을 비판하는 네티즌들도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누가 봐도 의료사고인데, 병원은 역시 배째라식이네요. 답답하다” “저 천사 같은 아이를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다니, 안타깝고도 무서운 일이네요”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입니다. 수많은 의사들이 희생을 하면서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있죠. 압니다. 하지만 신해철 사건도 그렇고 A아기 사건도 그렇고 가끔씩 병원에서 터지는 사고에 우리 일반인들은 걱정스럽고 답답합니다. 이번 기회에 의료사고를 규명하는 일이 피해 유가족에게만 돌아가는 현실도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A아빠의 건투를 빕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