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11일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수중 수색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발표한 대국민 기자회견 전문이다.
국민여러분 저희는 오늘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로 210일 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 9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7개월 동안 저희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과 슬픔 속에서 잃어버린 가족이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간절한 기다림 속에 실종자들이 하나둘씩 발견돼 가족에 품에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그렇게 진도를 떠나는 슬픈 현실이 오히려 저희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가족의 시신조차 찾지못한 저희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내 자식 내 가족을 품에 안고 한없이 울고 싶은 희망 하나로 이 고통스런 삶을 견뎠다. 가족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지 자신이 없고 아직 수색이 되지 못한 곳이 남아있기에, 비록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수중수색을 더 치밀하게 계획해 모든 구역을 더 수색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체 내 객실 붕괴현상이 심화 돼 잠수사 분들의 안전이 위험해지고 있으며 동절기를 앞두고 무리하게 수색작업을 계속하면 또 다른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면서 저희는 고뇌와 고뇌를 거듭했다.
물론 아직 사랑하는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색 작업에 대한 아쉬움도 남아있다. 하지만 저희처럼 가족을 잃고 평생을 슬픔에 잠겨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더 이상 생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건 잠수사분들의 안전이다.
지난 한 달간 수색 지속과 중단에 관해 정부도, 잠수사들도 우리사회의 고심을 거듭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종자를 마지막 한사람까지 찾겠다는 대통령, 총리, 장관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종자 수색과 유실 방지에 최선을 다했다. 88수중과 해군,해경, 잠수사 분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군 부투하며 실종자를 찾기 위해 길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저희가 힘들게 수색 지속을 결정한 후 황지현 학생이 197일만에 기적처럼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저희는 수차례 논의를 거쳐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어떤 선택도 누군가에게 고통 될 수밖에 없다면 저희가 수중수색을 내려놓기로 했다. 따라서 저희는 고심 끝에 정부와 현장지휘본부, 민간잠수팀, 해군, 해경 잠수팀의 잠수사분들께 이제는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방식의 수색을 내려놓기로 한 저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지만 이 시간 이후 모든 수중 수색을 멈춰주길 바란다.
저희는 수색중단 결정으로 인해 정부의 고뇌도, 잠수사 분들의 말못할 고통스런 심정도, 저희를 위한 공무원 분들과 자원봉사자님들의 고생도, 피해지역으로 힘들어하는 진도군민의 아픔도 모두 눈녹듯 사라지길 바란다. 비록 수중수색활동이 중단되더라도 9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선체인양 등의 방법을 정부는 같이 고민하고 강구해주시기 바란다.
이주영 장관께서는 실종자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와의 면담을 통해 인양에 대한 기술적 검토, 선체 및 해역에 대한 종합적인 인양 사전조사 등을 위한 기구를 해양수산부 내에 구성해 인양 정보를 공유하며 실종자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채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해 주셨다.
수색의 최후 수단으로써의 인양에 대한 충실한 사전조사와 기술적 검토를 통해 저희가 한줄기 희망의 빛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 ‘마지막 한명의 실종자까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정부의 약속처럼 아직 저 차가운 바다 속에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는 9명의 실종자를 꼭 찾아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
실종자 수색을 위하여 밤낮으로 고생해 주신 88수중 정호원 부사장님과 백성기 잠수감독관님을 비롯한 민간잠수사 분들께 고개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자 영웅이었던, 210일 동안 가족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시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수색작업에 임해주신 잠수사님들께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실종자 가족들과 진도체육관의 차가운 바닥에서 함께 숙식하며 저희의 손과 발이 되어주시고 저희의 복지, 건강, 수색, 구조, 유실방지를 비롯해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저희를 대변해 정부와 협의하고 중재하며, 저희의 의사를 조율해주신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범정부사고대책 본부장으로 참사 현장을 지키며 매일 저희를 찾아와 위로해주신 이주영 장관님, 장관님은 진도군청 간이침대에서 숙식하며 현장을 지휘하셨고 늘 실종자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품 속에는 실종자 모두의 사진을 간직하시면서 이를 꺼내어 눈물을 보이시곤 했다.
장관님은 모든 것은 장관이 책임진다며 아무리 작은 요청이라도 결코 외면하지 않으셨다. 저희는 실종자 가족을 위해주시는 장관님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게 되었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참사 속에서도 어느새 장관님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장관님께서 계속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해주시기를 원한다.
저희는 대통령, 총리, 장관이 국민에게,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고 책임지는 정부를 보고 싶다. 저희는 믿음과 신뢰가 회복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고 싶다.
비록 저희는 부족하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을 모아주시고, 저희를 기억해주시고, 저희와 함께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저희도 다시 일어서겠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전문]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국민 기자회견
입력 2014-11-11 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