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 주변 5개 건물이 잇따라 기울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당국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서울 잠실 석촌지하차도에 생긴 대형 싱크홀처럼 인근 지하철 9호선 굴착공사로 인한 지하수 빠짐으로 지반침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10일 “지난 4일 동주민센터를 통해 5개 건물이 기울어졌고, 건물 한쪽이 30㎝까지 낮아진 건물은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원인은 지하철 9호선 굴착공사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송파구청은 11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합동점검 결과 지금 당장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위험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내일 전문가들을 통해 건물 기울어짐이 지하철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 때문인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합동점검한 결과 주민들을 대피시킬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건물들이 기울어진 지역은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석촌지하차도와 불과 1~2블럭 떨어진 곳이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건물 벽에 금이 가고, 음료수 캔이 한쪽 방향으로 굴러가는 등 이상이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보강공사중인 건물 입주민 이모(52·여)씨는 “작년 겨울부터 시멘트가 떨어지고, 냉장고 문이 저절로 열리기도 했다”며 “4층에선 마루가 불룩 솟아오르는 바람에 결국 보강공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건물 복원공사 관계자는 “큰길 쪽으로 갈수록 지표면이 1m당 1㎝씩 가라앉아 최대 30㎝까지 낮아진 상태”라면서 “9호선 공사 지하굴착이 시작된 뒤 건물이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건물은 9호선 공사장에서 30m 정도 떨어져 있다. 주변 다른 건물 주민 박모(37·여)씨는 “올봄에 집 뒤편 시멘트가 깨지고 화장실에 물이 새 설비업자를 불렀더니 지반이 내려갔다고 했다”면서 “지하철 공사를 맡은 건설사측은 공사와 무관하다고만 우겨서 우리 뒷집은 아예 소송까지 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건물들과 인접한 구역의 9호선 지하철 공사는 SK건설이 시공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지반침하로 인한 안전문제가 제기되자 현장에 직원들을 파견해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지하철 9호선 공사와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앞서 석촌지하차도에서는 지난 8월 연장 길이가 80m에 달하는 거대 동공을 비롯해 총 7개의 동공이 발견됐으며, 지하철 9호선 공사를 위한 굴착작업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냉장고 문이 저절로 열릴 정도” 서울 송파구 또 싱크홀 공포… 건물들 잇따라 기울어
입력 2014-11-10 21:27 수정 2014-11-10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