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수반 만난 시진핑, 당 태종 詩 인용

입력 2014-11-10 19:07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에서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을 만나 당태종 이세민의 시를 인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태종이 충신을 찬양하는 내용의 시라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시 주석은 렁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수차례 시를 인용해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번 회동에서 시 주석은 당태종의 ‘소우(蕭瑀)에게 보내는 시’ 가운데 “거센 바람에 질긴 풀을 알 듯, 난세에 충직한 신하를 안다(疾風知勁草,板蕩識誠臣)”는 구절을 언급했다고 동방일보 등 홍콩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소우는 당태종이 형제인 이건성과 권력다툼을 벌일 때 줄곧 당태종의 편을 들면서 제위를 차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홍콩 도심 시위로 곤경에 처한 렁 장관에게 지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더 믿을만한 대처’를 주문한 것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과 기본법 유지, 법에 근거한 홍콩의 민주 발전, 홍콩의 번영과 안정 유지 등 3가지 사항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가 10일 홍콩 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들이 중국 당국자와의 회동을 중재하지 않으면 베이징 방문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사태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 시민단체인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은 9일 1000여명(경찰 추산 740명)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 당국자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센트럴(中環) 지역의 채터로드에서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