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약대 정진호 교수 연구팀은 유해 중금속 ‘납(Pb)’이 인체에 축적돼 신장에 손상을 끼치는 기전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인체 주요 위험물질 2위로 꼽히는 납은 대기와 토양, 생활환경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어온다. 페인트와 안료·염료 등을 주원료로 하는 장난감, 학용품, 화장품 등을 통해 어린이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축적된 납은 신경·순환계 이상과 성장 지연 등 많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혈액 내 납 농도 안전 기준(성인)은 10㎍/㎗ 이하다. 그러나 최근 5㎍/㎗ 이하에서도 만성신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역학조사가 여러 차례 보고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혈액 내 납 99% 이상이 적혈구에 축적되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혈중 납 농도가 높아지면 신장 내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적혈구 헤모글로빈의 철(Fe)이 신장에 쌓인다. 이 철 성분이 신장세포에 이상을 일으켜 신장을 손상시킨다. 결국 납이 적혈구와 신장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쳐 신장독성을 유발하는 셈이다.
정진호 교수는 “국내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전체 인구의 15%에 달한다”며 “이번 연구로 적혈구와 신장 간의 상호작용을 줄이는 방식의 신장질환 치료법 마련에 한 걸음 나아갔다”고 평했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10일 발행된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온라인판에 실렸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납-신장질환 관계 규명… 적혈구 파괴로 독성 유발 밝혀져
입력 2014-11-10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