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 붕괴를 촉발한 당시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정부의 귄터 샤보브스키(85) 정치국원이 “그 날은 내 생애에서 가장 의미있는 날이었다”는 소회를 전했다고 독일 매체 n-tv가 9일 보도했다.
샤보브스키는 25년 전 당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동독주민의 서독여행 상시허용을 발표하면서 발효 시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장”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말을 듣고 장벽 앞에 몰려든 동독 시민들의 압력으로 베를린 장벽은 개방됐고 곧 붕괴됐다. 보도에 따르면 샤보브스키는 “장벽이 열려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얼마나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망이 무시돼왔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샤보브스키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과거 동독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면서 중도우파 정당인 기독교민주당을 지지해 ‘변절자’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그는 동서독이 분단돼 있던 때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독으로 탈출하려는 동독인들을 살해하는 데 정치적 역할을 한 혐의로 1999년 12월부터 징역을 살다가 이듬해 9월 사면됐다.
이 매체는 베를린 빌머스도르프 지역에서 러시아 언론인 출신인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샤보브스키가 건강 악화를 겪고 있다고도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베를린 장벽 붕괴 촉발한 정치인 샤보브스키 “내 생에 가장 의미있는 날이었다”
입력 2014-11-10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