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은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주말 사이 최소 100만명의 시민과 여행객이 베를린을 찾았다. 여행객들은 낙서로 뒤덮인 장벽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거나 28년간 분단의 아픔을 기록한 안내문을 읽으며 역사적인 순간을 되새겼다.
과거 장벽이 있던 자리에는 불을 밝힌 하얀 풍선 7000개가 15km 길이로 촘촘하게 설치됐다. 장벽이 무너진 시간에 맞춰 풍선들이 하늘로 치솟으면서 축제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필하모닉은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연주했다. 1990년 독일 통일 선포 당시에도 브란덴부르크문 광장과 의사당 앞에 울려 퍼졌던 곡이다.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록스타들의 야외공연이 펼쳐졌다.
서울에서도 이날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기념 달리기 행사가 열렸다. 주한독일대사관 주최로 청계천 베를린광장에서 오전 11시부터 열린 행사에는 독일인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현지에서 공수해온 베를린 장벽 원형(폭 3m, 높이 3.5m)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브레첼(독일 빵)을 나눠먹는 시간도 가졌다. 행사에 참여한 독일인 안드레아스 그로테(45)씨는 “장벽이 무너졌을 당시에 그 사건의 영향력을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아주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는 건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면서 “독일인들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남아있는 장벽도 무너지길 기대하며 동·서독 지역간 격차도 줄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독일과 해외 주요 정상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의 의미를 짚으며 역사적인 순간을 회고했다.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현지 TV 인터뷰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 순간을 떠올리며 “모든 일이 평화롭게 진행된 것은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목욕탕을 갔다가 귀가하는 길에 서쪽으로 향하는 인파를 만나 합류했다”며 “장벽을 넘어서 보른홀머 거리에 도착했을 때 낯선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며 “믿을 수 없는 행복감이 가득했다”고 털어놨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은) 유럽과 다른 대륙의 모든 이들이 축하할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벌어진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 관계를 언급하며 “세계가 다시 새로운 냉전에 들어서기 직전”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외신종합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축제분위기…메르켈 “기적적인 일”, 고르바초프 “신 냉전 직전”
입력 2014-11-09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