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물 정치인 방북 통해 억류 미국인 석방 패턴 반복

입력 2014-11-09 16:20

북한이 케네스 배씨와 매튜 토드 밀러씨를 전격 석방함에 따라 과거 미국인의 억류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갈등이 고조됐던 국면마다 미국 ‘거물’ 정치인을 방북토록 해 미국인 억류자를 풀어주는 패턴을 반복하곤 했다. 이번에도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이 거세지자 ‘전략적 카드’로 이들의 석방을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북한은 미국 고위층을 불려 들여 대화를 시도한 사례가 있었다”며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취할 때 억류 미국인을 풀어주곤 했다”고 말했다.

2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해 미국인 여기자 2명을 풀어준 것이 대표적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조선중앙통신은 “조·미(북·미) 사이의 현안 문제들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게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북한이 핵실험을 무마하려고 화해 제스처를 연출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벌어졌던 2010년 8월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를 데려왔다. 이때도 조선중앙통신은 “조·미 쌍무관계 문제와 6자회담 재개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 문제 등 호상(상호) 관심사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했었다.

북한이 유력 정치인의 특사 방문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6·25전쟁 이후 협상파트너로서 자신들이 미국과 위상이 대등하다는 인정을 받고싶은 심리”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반드시 비중 있는 정치인의 방북에 맞춰 석방이 이뤄진 것만은 아니다. 2011년 5월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에 맞춰 한국계 미국인 에디 전이 석방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메릴 뉴먼이 건강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추방 형식으로 미국 측에 인도됐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