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선교사, 이희호 여사 방북때 석방될까

입력 2014-11-09 16:10

북한이 9일 케네스 배씨 등 미국인 2명을 석방하면서 아직도 억류 중인 우리 국적의 김정욱(51) 선교사의 신병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방북을 추진 중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통해 김 선교사를 석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감안해 미국인을 풀어준 만큼, 이 여사의 방북을 통해 김 선교사 석방이라는 ‘선물’을 우리측에 건넬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북한의 이번 석방은 미국발(發) ‘인권 압박’에 따른 것이다. 인도주의적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조치인 만큼, 김 선교사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과는 다른 접근법을 택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 선교사는 지난해 10월 선교목적으로 입북했다가 붙잡혔고, 국가전복음모죄 등으로 기소돼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외교부는 두 미국인의 석방 직후 논평을 통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김 선교사도 조속히 석방 및 송환하라”며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정부의 북한 주민접촉이 승인됨에 따라 영·유아 모자 등 인도적 지원 물품 전달을 위한 방북을 준비 중이다. 이 여사의 방북 형식이 김 선교사 석방에 적절하다는 평가가 많다. 비정치적 사안과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여사 방북을 통해 김 선교사를 돌려보낼 경우 따라올 ‘이익’에 대해서도 계산해볼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이지만 북측이 ‘의지’만 있다면 이 여사의 방북을 통해 대화 무드를 조성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주문해온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선교사 문제가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도 존재한다. 미국인 석방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 여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12월 조문차 북한을 찾았을 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난 바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