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뒤늦게 무상복지 논쟁을 벌이는 바람에 내년도 예산안에 복지 논쟁의 결과가 반영될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 정부 예산안이 이미 편성된 상태여서 큰 틀을 흔들기가 쉽지 않다. 무상복지 이슈와 관련해 여야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입장차도 커 짧은 시간 합의점을 도출해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무상복지’ 공방이 성과 없는 ‘헛심 논쟁’에 그칠 공산만 커졌다.
누리과정과 무상급식은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집행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방에 내려 보내는 돈을 줄이다보니 지자체가 무상급식 지원중단을 선언하며 시·도교육청과 갈등을 빚는 것이다.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이 부족하다며 계속 하소연했다. 내년부터는 지자체의 누리과정 예산지원 의무도 사라져 시·도교육청이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논란은 교육부가 두 달 전인 지난 9월 18일 누리과정 지원금을 반영하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은 곧바로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당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교착상태였기 때문에 이에 대해 신경을 덜 쏟은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기획재정부가 “누리과정 지원 등을 위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3조원 증액 요구가 있다”며 2015년도 교육부 예산 요구현황을 밝힌 것도 지난 6월이다. 교육부 예산안이 나오기까지 3개월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여야와 교육부·기재부는 교육과 관련한 무상복지 이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올해는 국회선진화법이 처음 시행돼 다음 달 1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끝내지 못할 경우 정부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돼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누리과정 예산 등을 마련하려면 여러 항목에서 최소 수천억원 씩을 더하고 빼야하는데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한이 20여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 여야가 다투고 있는 다른 사안도 많아 시간은 더 촉박하다.
야당은 “대선공약인 만큼 관련 예산을 정부가 책임지고 무조건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창조경제 관련 예산 등 일명 ‘박근혜표’ 예산 5조원을 줄이면 증액이 가능하다는 복안도 세웠다.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간사를 맡고 있는 김태년 의원은 “아직 상임위 소위원회도 열리지 않았고 예결위 단계도 남아있기 때문에 증액이 가능하다”며 “보건복지부 예산으로도 (누리과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재조정”을 주장하고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방채 한도를 늘려서라도 지자체가 처리할 문제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누리과정이나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는 지난 7~8월에 진작 시작했어야 한다”며 “지금은 정부 예산안을 밀고 나가고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이 지난해 수준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자체를 설득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너무 늦은 무상복지 논쟁-내년 예산안 반영 안돼 헛심 공방 우려
입력 2014-11-09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