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노홍철을 향한 엇나간 팬심이 폭발했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에서 더는 그를 볼 수 없게 된 아쉬움 때문일까요. 아니면 재치 있는 입담으로 두루두루 사랑을 받아 온 탓일까요. 음주운전 혐의 보도 후 인터넷에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역성을 드는 네티즌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9일 온라인 청원서명이 가장 활발한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를 살펴봤습니다. 사건이 알려진 8일 오전 이후 노홍철과 관련된 청원 5건 중 1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하차 반대’ 서명이었습니다. MBC를 통해 발 빠르게 하차의 뜻을 밝힌 노홍철이 다시 브라운관에 돌아오길 바란다는 내용입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청원에는 9일 오후 2시 현재 5000여명이 찬성 의견을 남겼습니다. 300명, 600명이 찬성한 서명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 1건의 ‘하차 찬성’에 대한 네티즌 지지는 2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노홍철 하차 반대 서명을 시작한 네티즌 ‘잇힝코리아’는 말합니다. “국민에게 웃음으로 봉사한 인물입니다. 사고를 내지 않았고 고작 20~30m 운전한 건데 하차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하차 반대 서명을 올린 네티즌 ‘터치’도 아전인수 같은 의견을 늘어놓습니다.
“만취 상태도 아니고 불법 주차된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이니 이번 한번만 너그럽게 봐주실 수 없으신지요? 노홍철씨는 무한도전 초창기 멤버로서 8년간 시청자를 위해 노력과 사랑, 열정을 보여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이렇게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그가 이룬 것들을 뺏어간다면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노홍철씨는 자기 집 앞에서 이유도 없이 자기를 폭행해 갈비뼈를 부러뜨린 사람도 너그럽게 용서를 해줬습니다. 그가 보여준 용서와 사랑을 이번엔 우리가 한번 보여주면 안 될까요?”
음주 운전 혐의를 보도한 인터넷 기사에도 “운이 나빴다” “불쌍하다” 식의 본질을 흐리는 네티즌 반응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두둔을 넘어선 음모론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채혈을 마치고 나온 노홍철의 모습과 함께 음주 운전혐의를 처음 보도한 한 연예매체는 자작극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노홍철을 일부러 신고해 경찰에 잡히도록 덫을 놨다는 겁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해당 연예매체와 노홍철을 같이 검색하면 ‘함정’ ‘신고’ ‘음모론’ ‘저격’ 등 단어가 따라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작극 음모론을 의심하고 검색한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무한 도전이 정치 이슈를 자꾸 다루니깐 방송 길들이기를 하려고 정부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라며 밑도 끝도 없는 정부 음모론도 펼치네요.
유쾌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그동안 쌓아올린 공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 안타깝다 정도의 의견은 팬으로서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 일부 네티즌들이 보이는 ‘실드(영단어 ‘shield’로 막무가내로 역성을 든다는 뜻의 인터넷용어)’는 맹목적이라고 밖에 안 보이네요.
음주 운전 혐의 기사 밑에 달린 한 네티즌의 일갈입니다. “두둔이 신흥 종교 수준이네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옹호하는 맹목적인 추종, 보기 안 좋네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신흥 종교같아” 음주운전 노홍철 편드는 자, 누구인가?
입력 2014-11-09 14:35 수정 2014-11-09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