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인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독일에서 열린 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통해 홍콩 시위대를 격려했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디 벨트’가 주는 ‘벨트 문학상’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된 무라카미는 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25년 전 베를린 장벽 붕괴를 거론,“세계에는 지금도 인종, 종교, 불관용, 근본주의, 그리고 욕망과 불안이라는 벽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NHK가 8일 보도했다. 무라카미는 이날 소감을 영어로 밝혔다.
그는 이어 “벽은 우리들 소설가에게 뚫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장애물”이라며 “벽을 통과할 자유가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되도록 쓰고 싶다”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특히 “이 메시지를 자신들의 벽과 지금 이 순간에도 싸우고 있는 홍콩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홍콩에서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입후보자 자격을 제한한 것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조심점거 시위가 40일 이상 이어지고 있다.
무라카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있은 후인 지난 2009년 2월 이스라엘의 최고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받을 때도 ‘벽’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전쟁을 일으키는 사회 시스템에 대해 “우리를 지키는 한편 때로는 조직적인 살인을 강요하는 ‘벽’”이라고 설명하고 인간을 이 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계란에 비유했다. 이어 “나는 항상 계란의 편에 서 있다”고도 했다.
무라카미는 냉전 종결 이후 포스트 모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상실감과 허무를 담백한 필체로 그려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물론 유럽, 미주에서도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대표작으로는 ‘노르웨이의 숲(한국판 제목은 상실의 시대, 1987년)’ ‘해변의 카프카(2002년)’, ‘1Q84(2009∼2010년)’ 등이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무라카미 하루키, 홍콩시위대에 “‘벽’을 뚫을 자유 있다. 힘내라” 격려
입력 2014-11-08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