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붐과 함께 엘리베이터 ‘더 빨리 더 높이’ 경쟁

입력 2014-11-07 18:47
더블덱 엘리베이터. 롯데건설 제공

세계적으로 초고층 건물 건축 경쟁이 벌어지면서 엘리베이터 업계에서도 더 빠르고 더 높이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앞으로 2년 안에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의 자리가 두 번 바뀔 예정이라면서 첨단기술을 이용한 엘리베이터의 발전 상황을 소개했다.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일본 도시바가 대만 타이베이 101빌딩에 설치한 것으로, 이는 초당 16.8m를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속 타이틀은 2015년 중국 상하이에 121층 상하이 타워가 들어서면 미쓰비시의 초속 18m 엘리베이터로 넘어가고 다시 1년 뒤 히다치가 중국 광저우 CTF 파이낸스센터에 설치할 초속 20m의 엘리베이터가 차지한다. 히다치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1층에서 95층까지 43초 만에 이동 가능하다.

이런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가능한 것은 얇지만 강력한 자석 모터와 향상된 제어 패널, 고속 주행시 압력변동으로 귀가 아픈 느낌을 최소화하는 첨단 공기압 시스템 덕택이다.

소규모 제작사들의 부품도 속도가 빨라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인 올레오는 4년간 연구 끝에 초당 20m의 속도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를 지원하는 완충장치를 개발했다. 완충장치는 엘리베이터 통로의 바닥에 설치돼 비상시 엘리베이터의 하강을 멈추는 작용을 하는 중요한 장치다.

이 완충장치는 지난달 안전검사를 통과했으며 회사 측은 지금까지 100만 파운드(약 17억3000) 이상의 주문을 받은 상태다.

속도 경쟁 외에 더 멀리 가는 엘리베이터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핀란드 업체 코네는 지난해 엘리베이터의 이동거리를 현재 500m에서 1000m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는 탄소섬유케이블을 내놨다.

‘울트라 로프’로 불리는 이 줄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들어설 킹덤 타워에 사용될 예정이다. 킹덤 타워는 높이 3280피트(약 1000m)로 2019년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건물이 될 전망이다.

세계최고층학회(CTUBH)의 대니얼 사파릭은 울트라 로프가 엘리베이터 산업에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엘리베이터가 고층 건물의 높이를 제약하는 유일한 요소였던 만큼 높이 2000m 건물 건축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다른 혁신적인 엘리베이터도 등장할 전망이다. 티센크루프는 다음 달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같은 통로로 이동하는 쌍둥이 엘리베이터 개념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높이 244m의 건물에 설치돼 시험 중인 이 제품은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차지하는 공간을 30%까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엘리베이터 제작사들은 초고속·초고층 엘리베이터는 궁극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올리고 내리는 줄이 없고 수직과 수평으로 건물 사이를 움직이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