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600여명, 이라크에서 화학무기에 노출

입력 2014-11-07 18:34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600명이 넘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화학무기에 노출됐지만 국방부가 이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고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육군 군의감실 대변인 제롬 불러 대령은 이라크 전쟁에 투입됐던 군인 629명이 화학무기에 노출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들 군인은 현장에서 의료진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국방부를 비롯한 상급 부대에는 보고되지 않았고 적절한 추적 조사와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탐사보도를 통해 이라크에서 사린이나 겨자가스 등 화학무기에 노출돼 다친 미군 17명이 확인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감찰 조사를 벌인 결과 이렇게 많은 군인이 화학무기에 노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더 많은 미군은 물론 이라크 전쟁에 투입됐던 동맹국 군인과 민간인, 그리고 이라크 군과 민간인까지 화학무기 노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국방부는 퇴역 군인들로도 조사를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퇴역 군인이 손쉽게 화학무기 노출 사례를 신고하도록 전용 무료 전화도 개설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화학무기 노출 가능성이 있는 퇴역 군인 전원의 의무 기록을 점검하고 의료진 면담과 정밀 검진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8년 이라크 타지 인근에 묻혀 있던 화학탄두 해체 작업에 투입됐던 폭탄 해체반 소속 군의관 출신 퇴역군인 조던 죌러는 국방부의 조치가 “너무 늦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폭탄 해체 작업에 투입된 이후 천식과 마른버짐 등이 생겨 상부에 보고했지만 묵살됐다고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