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성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이 7일 낮 청와대에서 ‘어떤 지도자가 조직을 강하게 하는가’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고 성공하는 지도자상을 제시했다.
김 감독은 혹독한 훈련과 타협 없는 지도 철학으로 부족한 팀의 전력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려 온 명장이다. 오랜 감독 생활을 통해 터득한 리더십의 조건을 김기춘 비서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등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 250여명을 상대로 풀어놓았다.
김 감독은 우선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지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하는 것 자체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며 내가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내 뒤의 사람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난에 대해 해명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며 자기 길을 가야 한다”며 “위에 선 사람이 ‘이 일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안 된다. 뚝심 있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또 “감독 생활을 할 때 돈이나 내 위치에 매달리지 않았다. 조직이 원하는 결과가 뭔가를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조직이 마이너스가 되고 본인이 플러스가 되는 사람은 본인도 망하고 조직도 망가 뜨린다”며 사명감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김 감독은 혹독한 선수 조련 과정에 대해선 ‘비정함’을 강조했다. 그는 “비정함이 지금 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이다. 비정함 자체가 애정에서 나오는 감정”이라며 “더럽든 재미없든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조직이 이겨야 하고 선수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아직’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센 사람”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이 자리(청와대)에 계시는데 그럴수록 이 자리에 계신 것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이팅해주시기 바란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 감독 강연에 늦게 참석했다. 김 실장은 “제가 들어야 될 강의인데, (대통령을) 수행할 일이 있어 뒤늦게 왔다”며 “그러나 마지막 5분 강의를 듣고 오늘 강의를 다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의 새 시대를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꼭 ‘야신’ 김성근 감독님 말씀대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자신이 1995∼1996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았던 점을 언급하며 김 감독과의 인연을 거론했다. 김 실장은 “감독님도 고희가 지났을 텐데 저희 같은 시니어들에게는 큰 희망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한화 이글스도 한국시리즈에 나가기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야신' 김성근의 청와대 특강. 김기춘 비서실장과도 만남
입력 2014-11-07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