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이징 사람들 사이에 가장 유행하는 말은 ‘APEC 란(藍:푸른 하늘 빛)’이다. 5~1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맞아 당국이 강력한 스모그 억제 정책을 취하면서 최근 베이징의 하늘은 푸른빛을 찾았다. 하지만 APEC이 끝나면 푸른 하늘은 다시 잿빛으로 변할 것이라는 자조(自嘲)가 섞여 있다.
외국 손님들에게 베이징 스모그를 보여주지 않기 위한 강력한 대책에 베이징 시민들의 불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학원생인 천난은 7일 “벌써 일주일 째 감기를 달고 산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11월 1일부터 기숙사에 난방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APEC 때문에 난방이 되지 않아 밤마다 옷을 몇 겹씩 끼워 입고 잔다고 했다.
베이징시는 APEC 기간 베이징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40%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로 인해 차량 운행은 물론 난방도 제한됐다. 택배 차량도 우체국 택배를 제외하면 베이징 외곽 순환도로 6환(環) 안쪽 시내로는 들어올 수 없다. 최근 출산한 한 가정주부는 “분유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 “도대체 우리가 왜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유 가정배달 서비스도 차질을 빚고 있다. 베이징 유명 우유 업체 싼위안은 “일부 보급소는 오는 14일까지 문을 닫았다”면서 “그나마 문을 연 보급소도 2일치를 몰아서 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홀짝제 시행으로 지하철로 사람이 몰리면서 지하철역에 들어서는 데만 10분 이상 걸린다. APEC 기간 대부분의 학교와 유치원이 단기 방학에 들어가면서 일부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는 애를 맡길 사람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APEC은 죽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바바오샨 장례식장은 1일부터 15일까지 중국 장례 풍습인 죽은 사람들의 옷을 태우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그나마 지전(紙錢)을 태우는 것은 오후 7시 이후에나 가능하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푸른 하늘 소망에… 베이징 사람들 요즘 최고유행어는 ‘APEC 란(藍)’
입력 2014-11-07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