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 근무하던 상담사가 열악한 근무실태와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jtbc는 “지난달 21일 한 통신 대기업 전북지역 고객센터 상담사 이모(30)씨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고 6일 보도했다. 숨진 이씨의 가방에선 봉투에 담긴 2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봉투 위에는 ‘노동청, 미래부, 방통위에 꼭 접수 부탁드린다’고 적혀있었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부서에 상관없이 단순 문의하는 고객에게도 IPTV와 CCTV 등을 팔아야 하는 지침이 있었다. 회사가 정한 목표만큼 팔지 못하면 퇴근하지 못한다”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면 질책 받고, 해지 건수가 많으면 토요일에도 강제 출근해야 한다” “추가 근무를 해도 한 번도 근로계약서에 있던 시간외 수당은 없었다” 등이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씨는 “노동청에서 조사를 나오면 예상 질문과 답변을 교육시킨다”며 지금까지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도 적었다. 그는 유서를 통해 “이 집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담당자 처벌, 진상규명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고객센터 민원팀 소속인 이씨는 일반 부서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악성 민원을 전담했다. 대부분의 입사동기가 일을 그만뒀지만 이씨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회사를 떠날 수 없었다. 퇴직한 이씨의 동기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출근 안 하는 사람이 반 정도 된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털어놨다.
3년 6개월 만에 팀장을 맡은 이씨는 한 고객과 문제가 생기며 해고를 통보 받았다. 감정이 상한 이씨가 형식적으로 대답하자 고객이 회사 측에 “이씨를 해고시키라”고 요구한 것이다. 결국 이씨는 지난 4월 회사를 나왔다가 반년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여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해당 고객센터 측은 “실적이 낮다고 강제로 남긴 적 없고, 직원들이 스스로 부족한 점을 메우려고 추가 근무를 했다”며 유서 내용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노동청에 진정을 낼 계획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노동청에 알려주세요”… 스스로 목숨끊은 이통사 상담사
입력 2014-11-07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