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엄마, 직장인… 1인 3역의 애환 담았다
‘크리스마스 패션쇼’는 ‘워킹맘’이 겪는 현실을 즐거운 수다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애리 중부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강영은·유영미 아나운서, 전주혜 변호사, 곽영미 플로리스트, 이명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이정순 주얼리 디자이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 출동했다. 연출은 극단 물결 대표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가 맡았다.
배우들은 여자로서,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겪었던 경험과 감정을 그대로 대본에 녹여냈다. 유방암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됐던 사연, “엄마는 엄마만 중요했잖아”라고 외치는 고등학생 딸과의 갈등 등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가 담겼다.
연극은 배우들이 이명순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패션쇼를 선보이며 끝난다. 일하느라 크리스마스에도 쉬어 본적 없는 출연자들이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패션쇼 장면에선 주연배우 외에 15명의 또 다른 ‘워킹맘’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감정 감추는 데 익숙했던 우리… 인생 다시 살아야겠다는 말까지
‘크리스마스 패션쇼’는 15년 이상 끈끈한 우정을 이어온 여성 직장인들의 모임에서 시작됐다. 자신이 살아온 길을 걸어올 후배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유영미 아나운서가 “나중에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송현옥 교수는 “멘토링을 넣은 일반인들의 생활극을 만들자”며 당장 극장을 대관했다.
준비과정은 쉽지 않았다.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해진 이들에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곽영미 플로리스트는 “화가 났을 때 한번도 화를 내본 적이 없어서 감정을 살리기 어렵다”고 했다. “인생 다시 살아야겠다”는 농담도 나왔다. 잃어버린 감성을 표현하는 시간은 모든 출연자들에게 위로이자 선물이었다.
연습은 각자 일을 마친 저녁부터 시작됐다.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가 연습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멤버도 있었다. 이애리 교수는 “일과 병행하는 것도 힘들고, 각자 영역에서 잘 했던 사람들이 때문에 스스로 안 되는 걸 하니 더 힘들었다. 중간에 그만두자는 얘기도 나왔다”며 “그럴 때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자고 서로를 격려했다”고 털어놨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 소통은 계속된다
‘크리스마스 패션쇼’ 출연진들은 연극 외에도 다양한 통로로 자신들의 경험을 나눌 계획이다. 책 발간이나 학교·기업의 취업 멘토링 등 여러 방법을 구상 중이다.
이애리 교수는 “앞으로도 후배들을 위해 우리가 할 일들이 뭔지 계속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며 “이 작업을 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을,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받은 감동과 은혜를 관객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