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누크갤러리 홍승혜 정직성 2인전 ‘Danse Mecanique' 역동적인 율동의 평면과 입체작품 선사

입력 2014-11-06 21:04
정직성과 홍승혜 작가 작품
누크갤러리 건물
정직성 작가 작품
홍승혜 작가 작품 구조물 이미지
누크갤러리에서 바라본 인왕산 가을풍경
절제된 그리드(grid) 작업에서 출발한 정적인 추상 구조물과 자동차 부품에서 영감을 얻은 동적인 추상 이미지가 만났다. 닮은 듯 하면서도 서로 다른 입체와 평면작품이 한 공간에 전시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누크갤러리에서 6일부터 12월 7일까지 열리는 홍승혜(55) 작가와 정직성(38) 작가의 2인전 ‘당스 메카닉(Danse Mecanique·춤-기계에 의한)’이 그것이다.

조형의 구조적인 면에 관심을 갖고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본 단위인 픽셀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홍승혜 작가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 나올 법한 톱니바퀴 모양의 프레임을 선보인다. 사각형의 프레임이 2개, 3개, 4개로 나뉘는 구조물 작품은 마치 발레 율동처럼 리드미컬하게 이어진다. 그의 설치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흥겨운 춤 동작이 절로 날 것 같다.

공사장의 구조물을 추상으로 옮겼던 정직성 작가는 이번에 자동차 공업사에서 볼 수 있는 엔진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해체, 조립해 화폭에 옮겼다. 작가는 “무심하게 넘긴 자동차 부품이 손에 따라 다르게 변형되는 모습이 신선했다”며 “손노동이 작가의 작업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기계 자체에 조형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체하고 재조립했다”고 설명했다.

삼청동 돌계단을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북촌의 누크갤러리는 규칙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함 속에서 현대미술의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성격이 다르면서도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평면작품과 입체작품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2인전을 통해 서로 다른 이미지가 상생할 수 있는 실험적인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홍승혜 작가는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픽셀을 통해 붓으로는 하지 못하던 확장의 세계를 안겨 준다. 사각형과 프레임을 넘어 오브제로, 구조물로, 가구로, 영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각형이 쌓여 스텝, 계단, 엇갈린 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들은 걸음걸이, 움직임, 비틀림을 무의식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정직성 작가는 산업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기계 부품들에서 추출한 요소들을 해체, 재조립한다. 지극히 인공적인 산물인 기계를, 고채도의 바탕색에 저채도의 붓질을 여러 층 쌓아 채도의 역전을 시도해 화면에 불협화음 같은 긴장감을 던져준다. 분해와 조립이 가능한 소재인 기계는 임시방편적이고 유동적인 사회의 측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기하학적 다이내믹에서 시작된 홍승혜 작가의 정적인 추상 구조물 속에 흐르는 감정의 움직임, 건축구조와 기계에서 출발한 정직성 작가의 동적인 추상 이미지가 한데 모여 역동적인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누크갤러리는 작가가 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작품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02-732-724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