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원외교 몸통으로 지목된 왕차관 박영준, 13일 만기 출소

입력 2014-11-06 17:10 수정 2014-11-06 19:28
이명박정부 당시 ‘실세’로 군림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011년 12월 15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를 방문한 뒤 나서고 있다. 박 전 차관은 2012년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로 구속돼 2년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5월 원전비리 연루 혐의로 추가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국민일보DB

이명박(MB)정부 실세였던 박영준(54)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오는 13일 만기 출소한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원전비리 등 혐의로 선고받은 2년6개월의 형기를 모두 마치고 수감돼 있는 서울남부교도소에서 나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몸통’으로 지목된 박 전 차관의 출소는 정국을 뒤흔들 ‘핵폭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박 전 차관이 ‘입’을 열 경우 해외 자원개발 의혹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돼 메가톤급 소용돌이가 정치권에 불어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박 전 차관이 출소한다 해도 자원개발 의혹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 차관은 현재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박 전 차관은 구금일 산정에 사흘 간의 오차가 있다며 오는 10일 출소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은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님을 통해 이뤄진다)으로 불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이다. 그는 MB정부에서 추진됐던 여러 건의 자원외교에 깊숙이 관여했다.

실제 새정치연합 부좌현 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0년 1월 한국가스공사가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이라크 유전에 참여하고 난 뒤 사후에 가스공사법 개정이 이뤄졌다”며 “당시 가스공사법 개정안은 이 전 부의장이 대표발의했고, 박 전 차관이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가스공사는 유전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도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과 바드라 유전에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불법으로 진행했고 두 사람이 사후에 법을 바꿔줬다는 것이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박 전 차관이 수조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공장 투자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전 차관은 미얀마와 카메룬 광물사업에도 연루됐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은 검찰 수사결과 사기로 결론 났다. 정권 실세였던 이영수 KMDC 회장에 대한 개발권 수주 특혜 문제가 불거진 미얀마 해상광구 사업 역시 논란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도 자원개발 개입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야당이 연일 이른바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국조를 촉구하며 총공세를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정의당 등은 광물자원공사와 가스공사, 석유공사의 전·현직 사장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조만간 박 전 차관 등 정권 실세에 대한 추가 고발도 예고했다.

앞서 박 전 차관은 2012년 5월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6478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고 그해 6월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박 전 차관은 지난 5월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만기 출소 하루 전 원전비리 혐의로 재차 구속돼 징역 6개월을 추가로 받았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