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점심 쪽잠’ 도입 90일…직장생활 어떻게 변했나

입력 2014-11-06 17:34
사진=국민일보DB

서울시는 지난 8월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낮 시간 ‘쪽잠’ 제도를 공식화했다. 정식 명칭은 ‘중식 후 휴게시간’. 임신부나 야근 후 휴식이 필요한 직원이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게 낮잠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의도였다. 그 후 90일, 서울시 공무원의 직장생활은 어떻게 변했을까.

6일 서울시에 직원들이 얼마나 ‘쪽잠’을 자는지 묻자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렵게 도입한 제도인데 현황 파악을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낮잠 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우려하는 직원이 많아서”라고 대답했다.

지난 9월 쪽잠 제도 이용 현황을 조사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직원들은 “조사해서 다른 데 이용할까 우려된다” “인사에 불이익을 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걱정부터 했다. 서울시의 한 직원은 “쪽잠 제도를 이용한 동료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면서도 “다만 이용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가 우리 문화에서는 아직 어색해 비밀로 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9월 조사(8월1일~9월10일 이용 현황) 당시 전체 직원 9888명의 1.1%인 112명이 이 제도를 활용해 쪽잠을 잔 것으로 나타났다. 전일야근 및 밤샘근무자가 59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감기 등을 앓는 환자 21명, 조기출근자 6명, 임신부 2명 등도 혜택을 누렸다. 남성이 69명, 여성이 41명이었고 20·30대가 47명, 40·50대가 65명이다. 이용자들은 업무 효율과 집중도가 향상되고 피로가 풀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좋은 제도를 고깝게 보는 문화 자체를 쇄신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용자가 1명만 있어도 의의가 있는 제도인데 9월 조사 당시 불이익이 우려된다고 해 근심이 컸다”며 “당분간 자유롭게 쪽잠을 잘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시설 확충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