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봉이 김선달… 아이템 결제-취소 반복 6875만원 챙겨

입력 2014-11-06 17:41
30대 중반 조선족 이모씨에게 모바일 문화상품권 10만원어치는 ‘요술 방망이’였다. 이씨는 지난 3월 7~10일 국내 인터넷게임 아이템 거래사이트에서 2만~10만원씩 결제와 취소를 반복했다. 거래사이트에서 사이버머니(가상화폐)를 산 뒤 이 거래와 상관없는 어학원 웹사이트를 통해 결제 취소를 요청했다. 옷가게에서 결제해놓고 환불은 문구점에 요구한 꼴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이 방법이 먹혔다. 이씨는 자기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4일간 6875만원 어치의 사이버머니를 챙겨 모두 현금화했다.

허점은 결제대행사에 있었다. 결제대행사는 금융기관과 인터넷 가맹점 사이에서 신용카드 결제나 지불을 가능케 하는 사업자다. 이들은 결제 취소 요청을 보낸 가맹점이 당초 결제 승인이 난 가맹점과 동일한지 비교하지 않았다. 거짓 취소 요청이 받아들여져 이씨는 사이버머니를 돌려줄 필요가 없었다.

아이디어를 준 건 프리랜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김모(27)씨였다. 명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방위산업체에서 병역특례로 근무하던 2008년 홍콩 출장길에 이씨를 처음 만났다. 지난해 말 이씨 부탁으로 국내 온라인 결제의 취약점을 찾아 넘겨주고 700만원을 받았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김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중국 수사당국과 공조해 홍콩이나 심천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씨를 추적 중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