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무상복지 시리즈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

입력 2014-11-06 16:19

어린이집 누리과정(취학 전 3~5세 아동보육비 지원사업)과 무상급식 등 이른바 ‘무상(無償)복지 시리즈’가 올해 예산 정국에서 논란의 핵으로 등장했다. 이들 사업의 내년도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각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사이에 빚어진 다자 갈등은 급기야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누리과정의 예산 편성 문제는 공약 파기 논란은 물론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소속 정당,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여 여야간 극한 대립을 다시 몰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파장은 지방에서 시작됐다. 경기도와 경상남도가 내년도 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다른 시·도 교육청은 국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곧바로 지방발(發) 이슈가 중앙정치 무대로 옮겨온 형국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6일 180여명의 전국 기초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복지비 부담 가중으로 지자체가 파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특히 “정부는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국가사무의 재정부담을 지방에 전가해 지방재정 파산을 초래하고 있다”며 “재정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13개 시·도 교육청은 지자체의 무상복지 예산을 무상급식 확대에 편성하며 지자체와 오히려 대립했다. 전국 시·도 교육감은 누리과정 및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 오후 늦게 대전광역시교육청에서 긴급 전국교육감협의회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반면 중앙정부는 일부 지방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배제에 강하게 반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일부 교육청이 재량지출 항목인 무상급식 예산은 편성하면서도 법령상 의무사항인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또 “교육당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예산 정국에 들어선 여당은 무상복지 논란에 당혹해 하면서도 교육예산의 효율적 집행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표명하는데 그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갈등의 원인은 중앙은 중앙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세수가 부족해서, 재정이 열악해졌기 때문”이라며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대화와 타협의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홍준표) 경남도지사 말씀의 의미와 파장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고만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근혜정부가 대선 때는 누리과정의 국고 지원을 약속하며 생색을 내다가 이제 와서 지방교육청이 이를 부담하라고 떠밀고 있다”며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무상급식은 흔들림 없이 정착돼야 하고 누리과정 국고지원 약속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혁상 이도경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