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돈이 어디서 나서 이런 걸 다 샀어?”
집 앞에 주차된 차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묻는 어머니에게 박모(23·여)씨는 순간적으로 “파워블로거라서 싸게 살 수 있었다”고 둘러댔다. 대학을 중퇴하고 별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박씨가 얼마 안 되는 일당을 모아 할부로 산 K3 승용차였다. 박씨의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가 10명도 채 안 됐지만 어머니가 알 턱이 없었다.
한번으로 끝난 것 같던 작은 거짓말은 어느새 덩치를 키웠다. 어머니는 동네 사람과 친척들에게 “우리 딸이 파워블로거라 각종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자랑했다. 사람들이 “할인가로 물건을 구해 달라”고 부탁해오기 시작했다.
난처해진 박씨는 어머니 체면을 생각해 정가로 명품 가방을 사서 할인가로 산 것인 양 건넸다. 차액은 신용대출과 현금서비스 등을 받아 메웠다. 빚은 빠르게 불어났다. 견디다 못해 사촌언니 장모(38)씨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장씨는 오히려 “돈 벌 기회”라며 “구매 신청을 더 받으라”고 부추겼다. 구매자들에게 돈부터 받고 물건 넘기는 건 차일피일 미루며 빚을 돌려 막았다. 아파트를 사달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21명에게 70차례 명품 구입 명목으로 4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박씨와 장씨를 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어머니 위한 작은 거짓말이 42억 사기로… ‘파워블로거’ 사칭한 20대 여성 구속기소
입력 2014-11-06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