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자살공격기’ 제로센 재비행 추진… 태평양전쟁 미화 우려

입력 2014-11-06 11:34
태평양전쟁기 일본 해군 주력 전투기로 쓰이며 전쟁 후반에 자살 공격에도 투입되는 등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알려진 ‘영식함상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 일명 제로센)’가 패전 70주년인 내년 다시 하늘을 날게 됐다.

6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일본인 이시즈카 마사히데씨가 2008년 구입한 제로센이 5일 일본으로 옮겨졌다. 이 제로센은 1970년대 파푸아뉴기니에서 발견됐으며 이후 미국이 사들여 러시아에서 비행 가능한 상태로 복원됐다.

제로센은 엔진과 동체·날개, 후미 등 세 부분으로 나눠져 올해 9월 요쿄하마항으로 옮겨졌다. 미국과 일본 당국에서 ‘군사용이 아닌 중고 비행기’ 판정을 받아 통관 절차를 마쳤다. 일본 반입을 추진한 ‘제로 인터프라이즈 재팬’은 이달 21~24일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의 전시장에서 제로센을 일반에 공개한다.

제로센은 1940~1945년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생산된 함상 전투기다. 일본 해군 주력 전투기로 쓰이면서 하와이 진주만공습과 미드웨이해전 등 전투에서 활약했다. 일본이 수세에 몰린 전쟁 후반기에는 자살 공격에 쓰이기도 했다.

제로센은 야스쿠니 신사의 전쟁박물관 유슈칸에도 전시돼 있다. 여기에는 “근접전 능력과 항속거리는 세계 최강을 자랑했다”는 등의 설명이 붙어 태평양전쟁을 정당화한다는 지적이 있다. 제로센 설계자인 호리코시 지로의 삶을 조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2013년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 또한 군국주의 미화 논란을 일으켰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