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 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의 사법처리 여부를 검찰 시민위원회가 결정하게 됐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여론을 의식해 두 달이 넘도록 고심해온 검찰이 결국 시민위원들에게 공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고검은 오는 10일 개최될 검찰시민위원회에서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에 대한 시민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대표 등 각계 인사 1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기소’가 타당하다고 의견을 제시할 경우 김 전 지검장은 사법적 처벌을 전제로 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 시민위원회의 의견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권고적 효력과 ‘유죄’ 가능성이 크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시민위가 제시한 의견을 무시하고 다른 결정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김 전 지검장은 앞서 지난 8월 22일 경찰에 의해 ‘공연음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제주지검 역시 자체 시민위를 두고 있지만 10여명의 시민위원 대부분이 김 전 지검장이 재직하던 기간에 위촉됐다는 점 등을 감안해 광주고검 시민위 회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지검 시민위가 직전 검사장을 지낸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을 직접 다룰 경우 객관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전 지검장이 길가 등 공개적 장소에서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공연음란’의 내용은 만취 상태에서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냈다는 것 등이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 사건에 전국적 이목이 집중된 만큼 공정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광주고검 시민위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각 지검별로 설치된 시민위원회는 검사와 4급 이상 검찰공무원이 직무상 중요 범죄를 저지를 경우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한다. 주된 대상사건은 금품수수 등 토착비리와 금융범죄, 조폭·마약 등 강력사건 등이다. 검찰 시민위원회에는 전국 지검 별로 11∼15명의 위원이 위촉돼 있으며 최대 40명까지 위원을 둘 수 있도록 돼 있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8월 12일 오후 11시32분부터 20여분간 제주시 중앙로 제주소방서 옆 도로변 등 2곳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그동안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한 여고생의 112신고를 받고 다음날인 8월 13일 새벽 1시쯤 김 전 지검장을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김 전 지검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겼고 관련 혐의도 부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 전 지검장은 다음날 풀려났다가 다시 경찰조사와 대검 감찰조사 등을 받았다. 대검은 현직 검사장이 음란행위를 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이준호 감찰본부장을 제주도로 보내 CCTV 녹화테이프 등을 확인하며 구체적 경위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은 또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광주고검 제주부 소속 박철완 부장검사를 제주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해 사건수사를 맡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석이 된 제주지검장에는 박정식 전 부산고검 차장을 직무대리 형태로 발령해 사건을 지휘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동안 뚜렷한 이유 없이 김 전 지검장의 기소여부 등 사법처리는 이뤄지지 않아왔다.
형법 제245조(공연음란)에는 ‘공연(公然)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김 전 지검장은 당초 자신과 옷차림이 비슷한 사람을 경찰이 오인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부인하다가 지난 8월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법률 대리인 문성윤 변호사 통해 뒤늦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광주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은 여고생 등 미성숙한 어린소녀에게 집착하고 성적 갈망을 추구하는 일명 ‘로리타 증후군’ 환자로 여겨진다”며 “광주고검 시민위의 판단과 처벌 수위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음란행위’ 김수창 전 지검장 사법처리 시민위 손에 달렸다
입력 2014-11-05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