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것이 불법인 나라.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노숙인연합(NCH)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미국 도시 21곳이 노숙인 급식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공공시설을 보호하고 식중독을 막는다는 취지인데 노숙인이 도시를 배회하는 걸 막겠다는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이런 흉흉한 인심 속에서 미국의 90세 할아버지가 노숙인 급식제한법을 어겨 감옥에 갈 처지에 놓였습니다. 허리가 굽고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기독교단체 ‘러브 더 네이버(Love The Neighbor)’ 소속 봉사자 아널드 애버트는 지난달 22일(현시시간)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노숙인에게 식사 300인분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에 곧 체포됐습니다. 준비한 양을 다 나눠주지 못하고 급식은 끝나버렸습니다. 할아버지와 다른 봉사자들은 꼼짝없이 60일 징역을 살고 벌금 500달러(약 54만원)를 내야 합니다.
할아버지는 포트로더데일에서 20년 넘게 노숙인 봉사를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지역방송에서 “노숙인은 가난한 자 중에서도 가난한 이들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 않으냐”라고 항변합니다. 봉사자들에게 부당한 규제를 들이미는 시를 상대로 소송도 할 거라고 합니다.
포트로더데일은 교회와 자선단체가 야외에서 식사를 나눠주는 행위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식사제공 장소는 거주구역으로부터 500피트(약 150m) 떨어져야 하고 또 간이 화장실도 꼭 만들어야 한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90살 할아버지, 노숙인에 음식 주다 징역형
입력 2014-11-05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