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 등하교 시간을 달리해주세요.” “독서실을 아침에 열어서 선생님을 배치해 주세요.” “고3은 예외로 해야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4일 ‘9시 등교’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조희연(사진) 서울시교육감은 가장 먼저 ‘교육 1번지’ 강남 학부모들을 만났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여 동안 강남구 컨벤션헤리츠빌딩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강남 학부모들은 의외로 9시 등교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보완책 마련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강조했다.
대청중학교 학부모인 권혜진(46·여)씨는 “겨울에는 추운 아침에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이 안쓰럽다. 겨울만큼은 등교시간을 늦췄으면 한다”며 “수업 결손이 우려된다면 토요일 수업에서 보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우리 지역은 반대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토론회) 나와 보니 찬성이 많아 의외였다. (강남지역 엄마들이) 아이들을 공부기계로 키운다는 건 선입견이다. 아이들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주로 맞벌이 가정이나 고3 수험생 학부모들에게서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소수였다. 이들도 돌봄 기능이 확충되거나 고3 수험생을 예외로 하는 등 보완책이 마련된다면 찬성을 고려해보겠다는 식이었다. 이근표 교육정책국장은 “대체로 선호도가 높았다. 학교별로 겹치지 않게 토론자를 공정하게 배분했는데 학부모 반응이 생각 외로 좋았다”고 했다. 반대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 강남에서 9시 등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게 나타나자 내년 시행에 자신감을 갖는 분위기다.
시교육청은 6일 성북구 학부모들과 원탁회의를 갖는 등 앞으로 6차례 정도 권역별 토론회를 연다. 학생·학부모·교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중에 9시 등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권역별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일종의 ‘쇼’로 보인다. 토론자의 대표성도 의문”이라며 “여론수렴을 하려면 학교 단위로 학생·학부모·교사 설문을 진행하고 이를 시교육청이 취합하는 형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조희연 교육감 ‘9시 등교’ 의견 수렴 시작…강남 학부모 대체로 ‘긍정적’
입력 2014-11-04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