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에 13년 만에 기업들의 입주가 시작됐다고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제일 먼저 입주한 곳은 미국의 대형 출판업체 콘드 나스트였다. 콘드 나스트 직원 175명은 이날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에 들어선 빌딩 가운데 가장 높은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입주했다. 이 업체의 나머지 직원 3400여명도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이주할 계획이다.
높이가 1776피트(541m)에 이르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미국 전역에서도 가장 높은 빌딩이다. 1776피트로 한 것은 미국 독립선언이 있었던 해를 기념한다는 뜻이다. 104층인 이 빌딩을 짓는 데는 총 39억 달러(약 4조1870억원)가 투입됐다.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 소유권자였던 뉴욕·뉴저지항만청이 직접 개발해 현재 항만청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뉴욕·뉴저지항만청의 패트릭 포예 이사는 “이 빌딩은 디자인은 물론 건설, 지속 가능성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면서 “뉴욕시의 스카이라인이 다시 살아났다”며 감격해 했다.
미국인들도 벅찬 가슴을 숨기지 못했다.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안전요원인 루이스 메디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뒤 ‘나는 입주가 시작됐을 때 현장에 있었다. 나는 빌딩을 보호하는 일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소방관이었던 아들을 9·11테러로 잃은 전직 소방관 리 아이엘피도 “빌딩이 새로 들어서는 데는 우리가 바라던 것보다 훨씬 오래 걸렸지만 아주 기쁘다”면서 “여기에 새로 빌딩을 짓게 된 이유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9·11테러로 이곳에서만 2700여명이 숨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9·11테러 이후 13년 만에 부활한 월드트레이드센터…기업 입주 시작, 미국인들 벅찬 심경
입력 2014-11-04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