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 인천 일가족 자살 사건 등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때만 반짝 민생을 말하는 ‘비정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 후 1호 법안으로 송파 세모녀법을 발의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후순위로 밀린 상태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경제활성화만 강조할 뿐 제대로 된 복지법안은 찾기 어렵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천 일가족 자살 사건에 대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모녀 자살 9개월 만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자살을 선택했다”며 “이제 정치가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송파 세모녀 자살 때도 지금과 판에 박은 듯한 입장을 내놨다. 새정치연합은 당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수급권자의 발굴 지원법 제정안 3건을 묶어 ‘송파세모녀법’으로 발의했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대표 발의하고 의원 전원이 서명하는 등 ‘전당적 차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4월 안철수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새정치연합이 창당 1호로 제출한 복지사각지대 해소관련 세 법안은 이번 4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며 “세 모녀 자살이라는 시대의 아픔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새정치연합은 4월 임시국회와 7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에서 송파 세모녀법에 대한 적극적 추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지난 4월 상정된 뒤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에서도 세월호 특별법에 유병언법, 정부조직법까지 끼워 넣어서 합의했지만 송파 세모녀법 등 복지법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엔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에 당력을 쏟아 붓고 있다.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지난 8월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밝힌 법안 19개 중에는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외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도 들어가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 법안이 송파 세모녀와 같은 사건을 막지 못한다며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여야는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송파 세 모녀 3법을 발의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법안통과가 미루어져 있다”며 “새누리당도 정부의 생색내기 예산에 휘둘리지 말고 새정치연합의 예산안과 세모녀 3법 제정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은 따뜻한 구들장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을 위해 진정성 있는 협력을 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주례회동에서 “여야 간 쟁점 없는 경제, 민생 법안은 11월 중 우선 처리한다”고 합의했지만, 민생 법안의 구체적 목록에 대해선 시각차가 크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기획]송파 세모녀, 인천 일가족 ...죽어야만 관심 갖는 정치
입력 2014-11-04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