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벌게 해주겠다” 무도장서 만난 여성 60명 속여 18억 사기

입력 2014-11-04 14:27
무도장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미국산 수입 폐수정화제를 판매하면 목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이들 60여명으로부터 20여억원을 가로챈 40대가 구속됐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같은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모(48)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서울, 부산, 인천, 대전, 포항 등 전국을 돌며 주로 50∼60대 여성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 18억12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무도장에서 만난 이들 피해자에게 매주 여러 차례 식사를 대접하거나 꽃과 문자메시지를 꾸준히 보내며 접근했다.

또한 이씨는 이들 여성들에게 붉은색 물에 흰색 가루를 풀어 물이 맑아지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며 “미국에서 수입한 폐수정화제인데 시중에서 한 상자에 300만원에 파는 것을 260만원에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붉은색 물은 요오드였고 흰색 가루는 시중에서 파는 세제였다. 미국산 폐수정화제는 애초부터 없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돈만 날린 채 상품을 받지도 못했다.

이씨의 이 같은 범행은 공범인 총책 홍모(63)씨 등 4명이 지난 2011년 9월 경찰에 붙잡히면서 밝혀졌다. 여성들을 만나 친분을 쌓으며 속이는 역할을 맡았던 이씨는 피해 금액의 20∼30%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씨는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자신의 형 이름으로 고시원 계약이나 병원 진료를 받는 등 신분을 숨긴 채 3년이 넘게 도피 생활을 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 TV 분석과 첩보 입수를 통해 지난달 27일 광주에 있는 은신처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