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교통사고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이던 20대 흑인 남성이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카고 지역 언론들이 3일(현지시간) 오전 1시30분쯤 이 지역 북부 교외 하일랜드파크의 한 병원에서 교통사고 환자 크리스토퍼 앤더슨(27)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하일랜드파크시는 백인 인구가 91% 이상이고 흑인 인구는 1.8%에 불과한 백인촌이다.
앤더슨은 전날 밤 11시쯤 병원 근처의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였다. 딸과 함께 타고 있던 자동차가 추돌사고를 당한 것이다.
경찰 측은 “‘입원 환자가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는 병원 측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해보니 앤더슨이 총을 꺼내 들려는 것을 병원 관계자들이 강제로 막고 있었다”면서 “경찰이 총을 버릴 것을 요구했으나 앤더슨이 이에 응하지 않아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앤더슨의 가족들은 “응급처치를 받으러 간 딸을 찾아 나서다 병원 관계자들에게 막히자 감정이 격해진 것뿐 총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앤더슨은 자상하고 가정적 남자였으며 폭력적인 성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앤더슨이 거주했던 워키간시의 사회운동가 랠프 피터슨은 “병원에서 딸을 찾으려다 경찰 총에 맞아 죽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한 지역 주민은 “경찰은 끊임없이 총을 쏘고도 책임을 모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관계 당국이 경찰이 가한 총격의 정당성 여부를 조사 중인 가운데 앤더슨 시신에 대한 부검은 4일 오전 이뤄질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美 병원에 입원해 있던 흑인, 경찰 총격에 사망 논란
입력 2014-11-04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