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여성들에 가짜 폐수정화제 팔아 18억 챙겨

입력 2014-11-04 13:25
유흥업소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가짜 폐수정화제를 판매하고 달아난 ‘카사노바’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미국산 수입 폐수정화제를 판매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여성 60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모(48)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2009년 8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서울·부산·인천 등 전국을 돌며 주로 50∼60대 여성을 대상으로 가짜 폐수정화제를 팔아 모두 18억12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무도회장·콜라텍 등에서 만난 중년 여성에게 매주 3∼4회씩 식사를 대접하거나 꽃과 문자메시지를 꾸준히 보내며 친밀감을 쌓았다. 이후 “미국에서 수입한 폐수정화제인데, 시중에서 한 상자에 300만원에 파는 것을 260만원에 주겠다”며 붉은색 용액에 흰색 가루를 풀어 물이 맑아지는 실험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씨가 실험에 사용한 붉은색 물은 요오드(소독약), 미국산 폐수정화제라고 말한 흰색 가루는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세제였다.

이 같은 범행은 공범인 총책 홍모(63)씨 등 4명이 2011년 9월 경찰에 붙잡히면서 드러났다. 이씨는 여성들을 만나 친분을 쌓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대신 범죄 수익의 20∼30%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공범자가 검거된 이후에도 다른 사람 명의의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자신의 형 이름으로 고시원 계약을 하는 등 신분을 숨긴 채 3년 넘게 도피 행각을 벌이다 끝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외간남자와 어울리다 사기를 당했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꺼려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범행에 가담한 일당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공범을 쫓고 있다”고 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