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커밍아웃' 여파로 러시아 스티브잡스 추념비 철거

입력 2014-11-04 11:03

고(故) 스티브 잡스를 기리고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광장에 세워져 있던 아이폰 모양의 추념비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잡스에 이어 애플 지휘봉을 잡은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자신은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로 다음 날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3일 러시아 현지 방송 ‘비즈니스FM’을 인용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정보기술연구 대학의 캠퍼스에 지난해부터 서 있던 성인 키 높이의 추념비가 철거됐다고 전했다. 이 추념비는 대형 아이폰 모양으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통해 잡스의 면면을 소개해왔다.

추념비를 세운 회사 측은 쿡의 ‘커밍아웃’과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수집 활동에 애플의 기기가 관련됐다는 점 두 가지를 철거 이유로 내세웠다. 이 회사는 “소수자들 사이에 동성애를 선동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집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6월 동성애 선전 금지법이 통과됐다.

또 이 회사는 “아울러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애플 제품이 이용자 정보를 미 정보 당국에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막심 돌고폴로프 사장은 “추념비를 세울 때에는 애플의 성공신화가 미국 NSA의 특수작전을 감추려는 연막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노든의 폭로로 미 정보 당국이 주요 IT기업들의 협조하에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애플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