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의 토론회에서는 고질적 폐해로 지적돼 온 계파정치 혁파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토론회 주제는 ‘계파주의 극복과 당 혁신방안’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외부 전문가들이 계파정치에 심각한 문제인식을 드러내며 고강도 해법을 주문한 반면, 당 소속 의원 상당수는 계파 문제를 실재하지 않는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지난 총·대선을 거치면서 계파문제가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반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에는 3개 계파가 있는데 친노(친노무현)계는 패권형, 비노(비노무현)계는 잔여형, 486계는 숙주형”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패권형 계파는 ‘새정치연합을 폄하하려는 사람들이 계파 프레임을 만들어 공세한다’고 이야기하고, 잔여형 계파는 방향없는 비판과 대안없는 행동을 할 뿐이고, 숙주형 계파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친노계는 누가 뭐래도 최대·최강의 계파다. 새정치연합의 계파 문제는 최대·최강 계파의 패권주의”라면서 “비대위에 참여하는 각 세력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최대·최강 계파의 지도자들이 솔선해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비대위원의 전대 불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토론자인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친노가 솔선수범해서 (계파주의를) 해체할 수는 없다. 극단적 처방을 통해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라며 “계파가 정략적 프레임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앙당 중심 당대표 체제 종식,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 폐지, 대선캠프에 현역의원 참여 금지, 오픈프라이머리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우리 당의 계파 영향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수진영이 새정치연합을 무력화하려고 계파문제를 확대재생산하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지난 대선패배가 계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패배 책임을 특정 계파 문제라고 지적한) 대선평가보고서는 쓰레기 보고서였다”라며 “대선평가를 계파 논의로 몰고감으로써 대선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등에 대한 생산적 토론을 막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도 “‘친노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친노라는 계파를 먼저 만든 다음에 해체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계파문제가 정말 심각한지 들여다봤는데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비대위원은 토론회장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계파 간 대립, 갈등이 우리 당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것이 하나의 실체든, 이미지든, 또는 프레임이든 상관없이 여기서 이걸 떨쳐버리지 못하면 당에 미래가 없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저도 생각이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친노·비노 갈등 또는 친노 패권주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마음이 답답하다”면서 “공천제도를 아주 투명하게 제도화하면 공천 때문에 세력을 모아 계파를 만들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비대위원은 김태일 교수의 불출마 제안에 대해 “사전에 룰을 정해서 룰을 따라야 하는데 전당대회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 와서 룰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은 바람직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문재인, 전대 불출마 주장에 "이제와서 룰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아"
입력 2014-11-03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