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숙제’ 사라지고 수업 중간 20~30분 노는 시간… 서울 초등학교 확 바뀐다

입력 2014-11-03 17:36

초등학생 2학년 딸을 둔 유모(37)씨는 지난해 공책에 수학문제를 적느라 팔이 아플 정도였다. 아이의 담임교사는 시험에서 틀린 것과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5개씩 만들어 풀어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문제를 만드는 건 엄마 몫이었다. 아이가 다섯 문제를 틀려서 문제를 모두 25개 만들어야 했다. 요즘엔 ‘스토리텔링 수학’이 도입돼 문제도 길다.

앞으로 서울 초등학생 엄마들은 이런 ‘부모 숙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3일 “초등학교 1~2학년 부모 숙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숙제 부담에서 벗어나 더 활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등굣길 신발주머니를 흔들고 다니는 풍경도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내 초등학생 77.2%가 신발주머니를 들고 다닌다. 시교육청은 실내화를 학교에 두고 다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올해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수업 중간에 20~30분씩 ‘노는’ 시간도 생긴다. 조 교육감은 “놀이도 교육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며 “모든 초등학교에서 중간놀이 시간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학교운영위원회를 참관하는 기회가 열린다. 시교육청은 학생이 제안한 아이디어에 적정예산을 지원하는 ‘학생참여예산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단속 위주의 교문 지도는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문맞이’로 바꾸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게임과 약물에 빠진 학생을 위한 ‘중독전문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을 삶의 문제에서 자기 결정권을 가진 ‘교복 입은 시민’으로 대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