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서울도 홍역 치를까… 교육청 추진에 반응 엇갈려

입력 2014-11-03 17:49
경기도에 이어 서울도 오전 9시 등교를 추진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경기도가 이미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 경기도에 비해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전 9시 등교에 관해 토론하자”=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5학년도(내년)부터 관내 모든 초·중·고교 등교시간을 자율적으로 오전 9시로 늦출 수 있도록 대토론을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이날 발표한 ‘서울 학생의 자치와 건강권을 위한 제안’에 오전 9시 등교가 포함됐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의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에 기여하고, 적절한 수면과 휴식으로 학습의 효율성이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이 ‘9시 등교’를 선언하지 않고 토론을 제안한 것은 경기도에서 벌어진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사실상 강제로 정책을 추진해 일선 학교장과 교사 반발을 샀다. 조 교육감은 “초등학교에는 강력히 권장을 하되 중·고교의 경우는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교는 각 학교가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대부분이 9시 등교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등교시간이 오전 8시40분 전후여서 20분 정도 늦추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방침을 공개한 상황에서 대세를 거스를 학교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대부분 오전 7시30분~오전 8시10분에 등교하는 고등학교는 치열한 교내 토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업시간 운영에 큰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도 “고등학교는 일찍 등교하고 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관행을 당연히 여기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 “지나치게 학생 위주이며 부작용이 많은 정책”이라는 이유로 계속 반대하는 점도 부담이다.

◇‘9시 등교’ 빠르게 확산 중=9시 등교는 진보성향 교육감이 관장하는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 9월 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9시 등교를 시행한 경기도는 관내 학교의 95.9%(10월 31일 기준)가 참여하고 있다. 교총과 일부 학부모 단체가 반발했지만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밀어붙였다.

아침밥을 먹고 오는 학생이 늘고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는 등 긍정적 측면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등교 이전에 문을 여는 ‘학원 오전반’ 같은 변종 사교육이 생기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교육청에 이어 전북도교육청은 지난달 1일 등교시간을 30분 늦추도록 일선 학교에 권고했다. 전북도내 학교 가운데 92.6%가 등교시간을 늦추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도 ‘오전 9시 이후 수업’을 권장하면서 지난달 13일부터 강릉 율곡중학교를 시작으로 등교 시간을 늦추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제주와 광주는 내년 시행을 예고한 상태다. 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 충북, 세종, 전북 등에서도 내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기도의 시행 과정에서 지적된 부작용을 해소할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도서관 등 학교시설을 오전 9시 전에 개방하고 지도교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운동, 독서 등 다양한 아침활동 담당인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등교 시간 전을 틈탄 비정상적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조례 제정도 추진한다.

권기석 기자, 세종=이도경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