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발(發) 선거구 재획정 결정 이후 농·어촌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면적은 넓은데 인구는 적은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간 갈등으로 증폭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강원도 홍천·횡성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3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농·어촌 지역과 광활한 면적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의원 입장에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황 의원은 홍천·횡성이 인구는 11만5000명으로 선거구 획정 하한인구(13만8000명)보다 적지만 면적은 서울의 4.6배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한 뒤 “광활한 지역을 다니면서 표심을 다져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여야의 문제라기보다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간의 구도로 나눠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도 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철원·화천·양구·인제군에는 주민등록이 되지 않은 군인 10만명이 실제 거주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표의 등가성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재조정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원·화천·양구·인제군의 면적을 다 합하면 서울의 6.8배에 달해 한 시간씩 차로 달려야 겨우 몇 가구를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자치단체가 두 곳 이상이 묶여 있는 복합선거구이면서 인구는 적어 선거구 조정대상에 포함된 곳은 충북 보은·옥천·영동군(새누리당 박덕흠), 충남 부여·청양군(새누리당 이완구),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군(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전북 남원시·순창군(새정치연합 강동원) 등 11곳에 이른다.
헌재 결정대로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인구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 이하로 바꿀 경우 기존 지역을 쪼개 생활권이 다른 자치단체에 편입시키거나 자치단체를 추가로 붙여야 된다. 선거구 획정이 인구 비례에 따라 이뤄지면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은 국회의원 숫자도 계속해서 줄어드는 문제도 발생한다. 지역 소외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 의원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대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복합선거구에는 인구 하한선 기준을 완화해 적용하거나, 면적이 일정 기준을 넘는 곳은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더라도 독립선거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단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한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선거구 획정 결정에 따른 수도권 대 농·어촌 대결 구도
입력 2014-11-03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