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라? 예배보며 맥주 ‘호로록’… 장로님들 뒷목잡고 쓰러지시겠네

입력 2014-11-03 11:25

일요일 저녁예배에 참석한 사람들 손에 시원한 음료가 들려있네요. 엷은 노란색을 띤 탄산수이고요. 맨 위엔 흰 거품도 보이네요. 맞습니다. 맥주입니다. 교회에서 술을 먹다니요. 한국교회 장로님 권사님들이 이 장면을 보셨다면 기절초풍을 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이스트사이드크리스천교회는 지난달 24일 주민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10월 마지막 주일, 우리 맥주 먹으면서 찬송합니다.”

교회는 지역교회와 함께 ‘맥주와 찬송주일’을 기획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합니다. 기독교에 대해 마음을 닫은 사람들에게 아무리 전도지를 돌려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거죠. 일단 교회에 와서 얘기라도 나눠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혹시 흥청망청 술판이 벌어질까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될 듯합니다. 교회는 교인 친구를 초대했고, 입장에 앞서 신분증을 검사했고, 한 사람당 맥주 3병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회는 말합니다. “만취하는 축제를 기획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다른 제한 없이 하나님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신성한 예배당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 하는 논란은 접어두고 교회가 마케팅으로 성공한 것은 확실한 거 같습니다. ‘주민들에게 맥주 좀 쏜 교회’로 수많은 매체에 소개됐으니까요.

당연히 교계의 우려도 있었습니다. 미국 기독매체 카리스마뉴스는 “맥주병이 비워진 뒤 그들을 진정한 구원으로 인도할 수 있는가. 혹시 열매 없는 복음과 타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