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주택 구입에 사용하는 경우는 절반에도 못 미치고, 이 돈으로 대출금 상환과 생계자금, 주택 임차료 등에 사용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빠듯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보여주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9개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용도는 48.4%에 그쳤다.
6년 전만 해도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63.2%에 달했으나 2011년 58.4%를 거쳐 2012년 46.6%로 떨어진 후 2013년 47.1% 등 3년 연속 40%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사용한 내용을 보면 대출금 상환(18.8%), 생계자금(12.4%), 전월세 등 주택임대차(8.2%), 사업자금(1.6%), 학자금·자동차 구입 등 기타가 나머지 51.3%를 차지했다.
빚내서 빚을 갚는 대출금 상환 용도는 2007년 5.6%에서 2011년 9.2%를 거쳐 2012년 22.0% 등으로 늘었다.
전셋값 급등 영향을 반영하는 주택임대차 용도는 2007년 1.1%에서 2008년 0.8%를 거쳐 2009년 1.5%, 2011년 3.7%, 2013년 5.8%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생활비가 부족해 빌리는 생계자금 용도는 2007년 7.5%에서 2008년 10.9%로 증가했다가 2011년 4.9%까지 줄었으나 2013년(10.8%)부터 급증세다.
최근 주택구입 이외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은퇴계층의 대출 비중 증가와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와 60대 이상 대출자 비중이 2009년말 각각 26.9%, 15.1%에서 올해 3월말 31.0%, 19.7%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50대 이상 주택담보대출자의 소득증가율은 50대 미만과 달리 201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며 “향후 이들의 채무 상환능력 저하로 가계대출의 일부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집 담보대출 어디 썼나 했더니… 빚내서 빚갚기 악순환
입력 2014-11-03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