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큰 산 넘은 새정치연합 투톱

입력 2014-11-02 16:28

새정치민주연합의 ‘구원투수’로 나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이라는 ‘험한 산’을 가까스로 넘었다.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논란 끝에 사퇴한 뒤 ‘투 톱’으로 역할을 분담한 두 사람은 길었던 세월호 ‘터널’을 통과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차기 전당대회 준비, 예산 정국 등 과제가 첩첩산중이어서 현 상황이 폭풍전야의 일시적 평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 비대위원장은 취임 이후 세월호 특별법 정국에서 유가족 ‘동의’ 대신 ‘양해’라는 표현을 쓰며 협상에 물꼬를 텄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는 긴밀히 소통하며 얼어붙었던 여야 협상 분위기를 녹이는데 힘을 썼다.

특히 취임 이후 ‘당의 규율’을 강조하는 한편, 비대위에 문재인·박지원·정세균 비대위원 등 각 계파 수장을 비대위로 불러들여 당내 불협화음을 최소화했다. ‘박영선 합의안’과 큰 차이가 없는 지난달 31일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대해 당내 강경파들이 잠잠한 것도 문 위원장의 ‘군기잡기’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2일 “박 전 원내대표 당시 정점이 찍었던 당내 갈등이 점차 사그라지는 시점에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마무리를 잘했다”며 “세월호 정국을 벗어나서 예산과 입법에서 조금 더 야당성을 부각시켜서 지지층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자원외교와 방산비리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통해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친노(친노무현) 색채가 짙다’는 우려 속에 경선까지 치르면서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등 ‘세월호 3법 협상’을 약속한 기한 내에 타결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우 원내대표 측은 “세월호 3법 협상 타결 당일에도 의원들에게 일일이 협상 내용을 직접 설명하는 등 소통에 가장 신경 썼다”고 전했다.

하지만 투 톱의 과제는 여전하다. 우선 내년 2월 초로 전망되는 차기 전당대회 준비가 큰 산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평소 공·사석에서 “전당대회를 아무 탈 없이 잘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현재 진행 중인 지역위원장 선정이 끝나면 이달 중순부터 전당대회 준비가 본격화된다. 비대위원 다수가 차기 전대 예상 출마 후보들이어서 전당대회 룰 조정은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는 이달 말이 되면 전대 출마를 희망하는 비대위원들이 지도부에서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일부 비대위원들이 지역을 샅샅이 돌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에서 예산과 법안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예산안 자동 상정 때문에 예산 심사는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예산안을 다음달 2일까지 처리하려면 매일 예산 관련 회의체가 열리고 당 지도부 최고위원들이 나서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너무 조용한 상황”이라며 “비대위원들은 온통 전당대회에 신경이 쏠려있고,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는 주말에 일정도 잡지 않는 등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