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세월호 특별법 타결에 성공한 여야는 이제 공무원연금 개혁과 선거구 획정, 개헌 등 거대한 파도를 목도하고 있다. 각각의 이슈가 정국을 집어삼킬 만큼 민감한데다 개별 사안에 대한 여야의 온도차도 커 국회가 또다시 장기공전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공무원연금, 강공 與, 검증 野=이미 소속 의원 15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당론 발의’까지 마친 새누리당은 연일 공무원들의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있다. 처리가 늦어질수록 공무원뿐 아니라 군인과 교사 등 공적연금 대상자들이 가세해 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시절에 현재보다 짧은 기대수명에 맞춰 설계한 공무원연금의 틀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여당의 논리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연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 요청한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군대에서 하듯 밀어붙여 처리할 문제가 아니고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안이 서로 다른데다 구체적인 추계도 나와 있지 않아 성급히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체 안 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도 못한 점도 감안된 속도 조절론이다.
◇선거구 획정, 속도는 제각각=선거구 재획정 문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역 의원들에게 가장 민감하고 뜨거운 이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반대로 야당은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해 가속 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일성으로 선거구 획정 뿐 아니라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야당의 태도가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수도권에서 선거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반면 새누리당은 서두르지 말자는 입장이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선거제도 개편으로까지 확산되면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와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 그동안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문제들을 밀고나갈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인터뷰에서 “민생경제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 내년도 예산안 등 정기국회에서 다뤄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선거구 획정은 그 이후에 논의해도 된다”고 말했다.
◇개헌, 당내 총의 모으기도 쉽지 않아=내년에는 전국 단위의 선거도 없고, 대선도 2017년으로 멀리 있어 지금의 5년 단임제의 ‘87년 체제’를 개편할 골든타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개헌담론에 계속해서 재갈을 물리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연일 개헌의 ‘골든타임’을 외치며 개헌 요구를 쏟아내고 있지만 논의 진척은 요원해 보인다. 야당 내에서도 지도부는 오스트리아식 분권형 대통령제를,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등 개헌 방향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블랙홀’ 발언 이후 개헌 논의가 실종된 새누리당의 태도는 개헌 가능성을 더 희박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미 국회 개헌 모임에 참여한 의원이 과반을 넘어섰고, 여권에서도 내년을 개헌의 골든타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개헌 불꽃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세월호 넘자마자 대형 이슈 지뢰밭 정국
입력 2014-11-02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