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인질로 붙잡혀 ‘IS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인 사진기자 존 캔틀리(43)가 ‘중화민국(中華民國) 건국의 아버지’ 쑨원(孫文)의 목숨을 살린 은인 제임스 캔틀리의 증손자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887년 홍콩대학교의 전신인 홍콩 화인서의서원(華人西醫書院)을 공동 설립한 제임스 캔틀리가 바로 존 캔틀리의 증조부다. 제임스는 자신의 초기 제자 중 한 명인 쑨원이 1895년 청(淸) 왕조를 타도하기 위한 광저우 의거를 모의했다가 실패한 후 홍콩으로 도피하자 자신의 집에 숨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쑨원이 일본으로 도피한 후 영국으로 귀국한 제임스는 쑨원이 자금 모금을 위해 1896년 영국을 방문했다가 주영 중국공사관에 감금되자 영국 경찰, 외무부와 접촉해 쑨원의 중국 소환을 막기 위해 애썼다. 제임스의 노력으로 현지 신문에 ‘쑨원이 중국공사관에 납치돼 감금됐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영국 총리까지 구명 노력에 나선 끝에 쑨원은 감금 12일 만에 풀려났다.
1911년 신해혁명 성공 후 임시 대총통으로 추대된 쑨원은 제임스의 가족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는 등 경의를 표했다. 캔틀리 가문에 대한 중국 측 경의 표시는 쑨원과 제임스 사후에도 지속돼 제임스의 아들인 케네스 캔틀리 중령이 1930년대 중국 철도부 기술고문을 맡기도 했다.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이후에도 중국과 캔틀리 가문의 인연은 이어졌다. 최근 기밀 해제된 영국 외무부 문서에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가 1958년 케네스과의 대화에서 “중국은 홍콩을 싱가포르처럼 자치국가로 바꾸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적대행위로 간주할 것이다. 중국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로서 남아있기를 바란다”고 한 발언이 담겨있어 눈길을 끌었다.
케네스는 1986년 사망했으며, 그의 아들인 폴 캔틀리는 IS에 납치된 아들 존을 풀어달라고 IS에 애타게 호소한 지 2주일 만인 지난달 16일 폐렴 합병증으로 숨졌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IS 억류 영국인 기자는 쑨원 목숨살린 은인의 증손자
입력 2014-11-02 15:40